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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l 13. 2024

공간을 이동한다는 것  

다시 일상으로 


남아공으로 돌아가는 홍콩 공항이다.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한국에서 사는 게 일상이었는데, 7년 동안 남아공살이가 익숙해졌는지 이번 한국행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가 더 피부로 와닿았다. 아무래도 남아공에서의 삶이 길어질수록 그 체감은 더 클 거란 걸 부정할 수가 없다. 내가 한국 와서 살면 잘 적응하면서 살까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좋은 나라'는 내 입에서 떠나질 않았다. 불편한 남아공살이에 비하면 한국은 천국이다. 걸어 다닐 수 있고, 대중교통이 있고, 여름밤늦은 밤 개천에 나가 걸으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나와 운동하고 장기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달밤의 체조도 하는 모습을 보니 이 삶이 무척이나 그리워졌다. 누릴 수 있음이란. 



한 달 동안 만났던 사람들, 갔던 장소, 먹었던 음식 그리고 함께 있었던 공간의 공기와 느낌까지 모조리 담아간다. 아쉬운 게 있다면 매일의 순간을 사진으로는 기록했으면서 글로 기록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모름지기 그날의 감동은 그날에 남겨야 생생한 법인데, 핑계를 대자면 하루 4시간 자고 일정을 소화하느라 잠을 잘 시간도 없었던 탓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사람이 먹고, 자는 기본적인 것이 해결이 안 되면 글 쓰는 것도 진정 어려운 일이라는 걸 피부로 느꼈다. 라이팅 코치로서 회원들에게 왜 글 안 쓰냐고 다그치기도 부끄러워지는 시점이다.


공항에서 인사를 하며 적어도 아빠 엄마를 한 번은 안아 드려야 할 것 같았다. 

"밥 잘 먹고 안 아파야 해. 진짜, 일보다 건강이야. 아등바등하지 말고, 건강부터 챙겨." 

손을 꼭 잡고 흔드는 엄마의 콧등이 붉어지고 있었다. 

"안 아파. 나 씩씩해. 한국에서 2킬로나 쪘어." 라며 애써 웃어 보였는데, 아빠를 안아주다가 무너져버렸다. 언제 등짝이 이렇게 굽어졌나. 언제 이렇게 몸집이 작아졌나. 헤어지면서 울컥거리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비집고 나오는 눈물을 등 돌려 서서 훔쳐냈다. 

아침에 일어나 마지막으로 짐을 꾸리기 전, 아이들을 보며 아쉬운 눈초리로 엉덩이를 두들기는 투박한 아빠의 손을 보며, 공항으로 내달리는 차 안에서 웹 서핑하는 척, 계속해서 눈물을 훔치며 훌쩍이는 엄마를 보면서 불효하는 자식이란 생각 또한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내내 엄마의 잔소리에 툴툴거리는 나는 여전히 철없는 20대 청년의 모습이었다. 해주는 밥 먹고, 밥 잘 안 먹는다는 걱정소리에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틱틱거렸으니까. 


세월이 가는 게 진하게 와닿는 시간이었다. 시아버지의 얇아진 다리와 휘청거리는 걸음걸이, 시어머니의 작아진 체구를 보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언제까지 우리 곁에 계시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더욱 눈시울이 붉어진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양가 부모님을 생각하면 자꾸만 눈물이 차오른다. 너무 약해져 버린 부모님의 모습에 단단한 내 마음도 무너지는 느낌이다. 나는 많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내 손으로 차린 밥상 한 번 못 내놓은 불효막심한 자식이다. 계속 마음에 있었던 '밥상 한 번 차려드려야지'는 실행하지 못했다. 엄마한테 밥상 받아먹고, 빨래며 청소며 다 해주는 엄마 뒷바라지만 받고 간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는 홍콩에 도착했다. 이제 6시간 경유 다시 요하네스버그행 비행기를 타면 13시간 남아공에 도착할 거다. 여러 비행기를 타봤지만 홍콩경유 케세이퍼시픽이 비행시간이 제일 적다. (앞으로는 너다!) 


하루 사이, 나는 남아공에서 한국에 왔고, 다시 한국에서 남아공으로 간다. 같은 한국 땅에 살면서도 자주 보지 못하면 서로 잘 있겠거니 하며 지냈다. 결혼 후 익산, 부산, 광명, 서울을 옮겨 다니면서 살았을 때도 몇 달에 한 번 만난 적도 있었다. 1년에 한 번은 고사하고 2년, 4년에 한 번씩 만나왔으니, 떠날 때 아쉬운 마음에 울컥거리는 것도 정상이다 싶다. 그저 이런 감정이 내게 남아 있는 건 아직도 부모님과 가족들을 향한 사랑이 내 안에 있는 반증이 아닐까.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가장 효도지 싶다. 

공간을 이동한다는 게 자꾸만 먹먹하니 이상한 감정이 든다. 사람은 본디 왔던 길로 왔다가 왔던 길로 가는 거라, 나 또한 내가 살던 길에서 이전에 살던 곳으로 다녀가는 건데 이럴 때면 눈앞에 펼쳐진 모든 세상에 느끼는 이질감에 멍해진다. 한 편으론 돌아가야 하고, 한 편으론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 탓은 아닐까. 해야 할 일, 하고픈 일이 있어서 간다. 


이제 깨어날 시간. 

It's time to wak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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