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로 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ul 13. 2024

남겨진 사람에 대한 예의

떠난 사람에 대한 예우 



뭐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무뎌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떠나기 전날까지도 나는 씩씩했다. 그리고 어차피 떠나야 하는 거 아쉬운 건 아쉬운 거라고 생각했다. 이후의 또 만남을 기약하고 기대하면 된다며 말이다. 사실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도 많고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내 감정이 어떤지를 들여다볼 시간도 없었다. 그저 주어진 하루, 소화해 낼 수 있는 스케줄을 지워가며 하루하루 지내왔다. 


떠나오기 전 날 저녁, 부모님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개천 산책을 나섰다. 남편 손을 잡고 나란히 걸었다. 아이들 손을 꼭 잡은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흐뭇함과 아련함이 내 안에 뒤 섞였다. 개천 산책로를 걸으며 눈에 보이는 것들을 하나씩 관찰했다. 가족들과 함께 배드민턴 치는 모습, 운동기구에서 운동하는 모습, 개천 물가에 신발 벗고 들어가 더위를 식히는 모습, 반짝거리는 저녁 가로수 등까지 하나하나 관찰했다.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기억나 남편과 둘이 번화가의 다이소를 찾아 나섰다. 열심히 걸으면서 보이는 건물과 상점, 불금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기 바빴다. 


그 와중에 갑자기 마음이 울컥했다. 리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가기 싫다... 가면 또 잘 살겠지?" 

지금까지 한국에 오갔던 횟수가 이번이 세 번 째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없었다.  리나는 당연한 말했다. 

"잘 살겠지.. 너무너무 잘 살겠지."

틀린 말이 아닌데, 나는 또 그렇게 잘 살아가겠구나 싶은 마음에 기분이 묘해졌다. 아무래도 이번 한국행에서는 함께 여행도 다녀오고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더 가까워졌다. 나눴던 생각,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가족들까지 가까워져서 더욱 관계가 깊어진 느낌이라 뭔가 계속 더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만나서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시간의 제한을 아쉬워하며 가야만 하는 마음이란. 

마지막인사를 하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아쉬워 끝을 잡고 인사하며 눈물이 쏟아질 같아 참느라 입꼬리를 씰룩거리는 얼굴의 잔상이 남는다. 영영 만나는 것도 아니고, 다시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건데 또한 어찌 그리 마음이 울컥거리는지.


내일 아침이면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 정리하느라 바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에 정신없을 테고, 그동안 비워놓은 집을 재정비하느라 분주할 거다.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남아공의 겨울 날씨에 적응하면서 나는 핫팩을 꺼내 들거다. 

친구도 가족도, 남겨진 사람들을 생각하며 내가 일은 나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거다. 떠나보내는 사람 역시 자신의 일상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 당연 서로가 해야 일이 아닐까. 자의 일에 충실하며, 우리의 날을 기대하며. 


그리워할 있고, 다른 시간을 기대할 있음에 감사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