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다짓기 최주선 Aug 27. 2024

간암 유발 원인 이래서 버렸다

나무로 만든 젓가락 숟가락 



친구에게서 톡이 왔다. 


"이거 남편이 보낸 건데, 그 집도 조심해요. 나무젓가락 쓰는 거 아니까..."


온라인 기사를 열어보니, 중국에서 한 개의 나무젓가락을  오래 쓴 결과 모두 사망했고, 그 원인이 젓가락 하나를 오랫동안 써서 가족 모두 간암으로 사망했다는 거였다. 일단,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 이야기라서 한시름 놓았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8/0005820218


"중국 기사구나. 그런데 이거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지. 그리고 중국 나무젓가락이라고 하면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썼을 수도 있나?" 


기사만 봐서는 어느 지역인지, 어느 생활환경인지 알 수가 없었다. 썸네일로 활용한 젓가락, 그러니까 내가 지금 사용하는 젓가락 말고, 라면 먹을 때 쓰는 그 나무젓가락을 곰팡이 날 때까지 쓴 쓴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중국에 갔을 때 봤던 광경이 떠오르고 했고, 잠시 입에서 신음을 나며 더러운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별의별 생각을 다 하다가 가족 톡방에도 보내고, 남편에게도 따로 보냈다. 밖에 있을 때 톡을 봤던 터라 집에서 내가 쓰고 있는 대부분의 나무 조리도구, 숟가락, 젓가락을 떠올렸다. 상처 났던 긴 주걱 대용 숟가락이 떠올랐다. 


나는 나무 제품을 좋아한다. 보울, 숟가락, 젓가락, 접시, 책상 등등 나무로 된 소품들이 좋다. 친근하고 편안하고 매력적이고 왠지 건강에도 더 좋은 거 같다. 친환경적인 제품이란 생각에서 그렇다. 

남아공에서 나무로 된 제품이 사고 싶어 몇 군데 돌아다녔었는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고 대게 다 중국산이었다. 한국에서도 중국산을 팔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사는 중국산과 남아공에서 만나는 중국산은 왜인지 모르게 퀄리티도 다른 느낌이다. 느낌적인 느낌.  

그래서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조금씩 사가지고 들어왔다. 휴게소에서, 다이소에서, JAJU에서. 


무튼 외출 후 집에 들어와서 주방으로 가서 쓰고 있는 식기류를 몽땅 꺼냈다. 입에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나무젓가락, 나무 숟가락, 주걱 대용으로 쓰는 긴 나무 숟가락까지. 


평소 생각 없이 잘 닦았으니 깨끗하겠거니, 생각하며 썼던 식기류를 찬찬히 보았다. 갈라졌고, 깨졌고, 벗어졌고, 닳았다. 매일 쓰면서도 나는 그저 그러려니, 나무는 원래 쓰면 닳기 마련이려니 했다. 그저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만 있었지 관리는 제대로 안 했다. 


"엄마 왜요? 뭐 하게요?"

"응? 이거 버리게. 이게 암을 유발한다네?"

"맞아요. 그거 입에 닿아서 색깔도 다 바랬고, 좀 그래요." 


별이도 알고 있었고, 나도 알고 있었다. 매일 쓰니까, 그리고 나름대로 깨끗이 닦아서 창가 쪽에 두고 햇볕에 말려 늘 건조하게 두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람 심리가 뭔지 상처 나고 닳아 버린 나무 식기류가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쭉 다 뽑아 늘어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전송했다. 


"나 이거 다 버릴 거야." 

"헐, 나무 모아요? 취미야? 뭐 이렇게 많아?" 


친구 말을 듣고 보니, 내가 많은 건가 싶다가도 식구 5명 분을 모아 놓으니 더 많아 보였으리라. 사실 한국에서 지난번에 또 나무젓가락을 사 왔어서 그것도 꺼내서 만지작 거렸다. 

"닳고 상처 나기 전까지 잘 닦아 쓰면 되지!"  

그리곤 아직 버리지 않아도 될 식기류는 한쪽에 골라냈다. 또, 새로 쓸 스테인리스로 된 젓가락 숟가락도 서랍에서 꺼내서 새로 꽂아 두었다. 



나무로 된 식기도구를 쓰더라도 똑똑히 쓰면 된다. 그런데 나같이 관리를 잘 못하지만 계속 나무 제품을 쓰고 싶다면 적당히 쓰고 상처 나고 갈라지고 닳은 물건은 버리고 새 제품을 쓰면 될 것도 같다. 입으로 들어가는 물건이니만큼 깨끗이 잘 닦아서 소독하고 갈라진 틈으로 곰팡이 슬지 않도록 관리하면 그만이다. 그럼 계속해서 써도 무관하다는 생각이다. 단지 나는 마음 변화에 주목했다. 


예전에도 들었던 적 있는 내용인데 그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들었던 당시 잠깐의 경각심을 가지고 흠칫 놀랐는데, 이번에는 듣자마자 쓰레기통으로 직항했다. 아쉽기도 하지만 뭔지 모르게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젓가락을 꺼내놓으니 아이들은 '새것'이라는 명목하에 만지작거리며 반겨하는 눈치다. 스테인리스 젓가락은 집에 많다. 그런데 기존에 쓰던 젓가락이 아니라 예전에 대사관에서 선물 받았던 걸로 꺼내 세트를 맞춰두니 예뻐 보이나 보다. 


오래된 젓가락 사용이 모두 간암을 유발한다는 건 아닐 거다. 원래 기사는 자극적이니까. 그래야 '나처럼' 경각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다만, 그저 부모가 주는 대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생각하니 손이 바빠졌다. 내가 제공해 주는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인데, 엄마가 괜찮다면 다 그대로 받아먹고, 엄마가 괜찮다면 해도 되나 보다 싶어 그대로 하는 아이들인데 아이들에게도 신신당부하며 잔소리를 늘어놓아야겠다 싶었다. 

나무든, 스테인리스든, 유리든, 플라스틱이든 뭐든 잘못 사용하면 좋은 제품도 다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익히 살면서 경험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누군가 일깨워줘 상기되기도 한다. 혹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져 모른 체 하고 싶었던 것도 흠칫 놀라게 만드는 사건도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일에 반응한다는 것은 또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는 점접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저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지기도 하는 법이라는 걸 생각해 본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지 않은가. 





https://blog.naver.com/with3mom/22354729227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