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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경 May 03. 2024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그리하여 수렴과 발산을 거듭하리라

  토네이도, 기계장치, 소립자 빔, 양자도약, 난기류, 파도의 주기, 태풍의 경로, 물가변동률, 경제상황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전부 비선형적 함수 분포를 지닌 무질서한 복잡계 즉, 혼돈(카오스)의 개념으로 정리된다. 세상이 질서 속의 혼돈이라고 규정하면 에 착 달라붙지 않으므로, 혼돈 속의 질서라는 표현이 오히려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도찐개찐 그게 그거 아닌가 싶다.

  수식을 제외하고 일상의 언어로 표현하는 서술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으므로 수학적 모델이나 실험으로 증된 내용을 살피자면, 복잡계를 일반화하여 함부로 정의할 수 없다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러한 카오스 현상을 주기성이 없는 일종의 질서지만, 명백히 무작위적 회귀의 형태이며 불규칙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현상으로 설명한다. 쉽게 풀어놓은 설명이 오히려 더욱 난해할 수 있다는 은 카오스적 현상의 해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들이 복잡계인 카오스 현상을 명쾌히 정의하지 못하고 애매하게 설명하는 이유가 궁금한가? 과학이란 언제고 틀릴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진정한 과학자는 반증을 신하지 않고 자신이 틀릴 수 있으며 스스로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겸허한 사람으로 판단하면 틀림이 없다.

  각설하고, 카오스 현상을 인과율로 투영해서 요약하자면 원인이 단순해도 결과가 복잡할 수 있고, 원인이 아무리 복잡해도 결과가 지극히 단순할 수 있다 얼토당토 아니한 해괴한 현상을 뜻한다.


  현대 과학사에 물리학 혁명으로 기록될 위대한 세 가지의 업적으로는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카오스 이론을 꼽고 있는 이유가 있다. 절대의 공간과 시간이라는 프린키피아적 뉴턴역학의 환상은 일반상대성 이론으로 하여금 깔끔히 격파되었고 (사실 일반상대성 이론이란 뉴턴이 발견한 항성과 행성 간에 미치는 중력장의 법칙들이 원자 수준의 미시세계나 광속에 버금가는 운동속도 조건에서는 맞지 않음을 규명했을 따름이고, 지구의 중력장이 미치는 거시세계에서 만큼은 아직도 불변의 진리이다.)


  소립자를 다루는 미시세계 운동에서 전자의 위치를 측정하는 과정을 재현하거나 이것을 통제할 수 있으리라는 근대 물리학의 정량적 사고방식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이론으로 이미 파괴되었다. 또한 결정론적 예측 가능성이라는 라플라스적 환상은 [주기 1] 카오스 이론의 등장으로 하여금 흐지부지 뭉개지고 말았다.

바늘이 제거된 상수 시계 (숫자판 해설은 아래를 참조)
ζ(3) = 12.02056x10^-1 아페리 상수
ψ = 1.618033988 황금비율 상수
e = 2.718281828 자연로그 상수
π = 3.141592654 아르키메데스 상수(원주율)
δ = 4.669201609 파이겐바움 상수(천이상수)
-이하(설명) 생략-


  일반적인 카오스 현상은 일정한 비율로 연속되는 분기가 일어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기하학적 유사성 구조를 지닌 프랙털 패턴의 분기점에서 혼돈으로 진입하는 카오스의 연결 통로에 천이상수(遷移常數) 4.6692라는 (비정형) 수 가 존재하는데, 분기되는 프랙털주기 근사치 4.6692를 거듭한 미소변화의 끝점이 카오스 시작점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이른바 파이겐바움 상수(Feigenbaum Constant)로서 보편 상수에 해당한다. 패턴화 질서에서 작은 흐트러짐이 미소 규모의 무질서로 전이되어 완전한 혼돈으로 연결되는 알고리즘 단계에서 평가해 보자면, 이것은 완벽하게 들어맞는 이론이다.


  여담으로, 위의 상수 시계에서 10진법으로 제시된 파이겐바움 상 δ=4.6692를 60진법으로 환산하면 4시 40분 9초가 된다. 놀랍게도 이 시간에 장종료 시간 외 단일가 주식의 매수, 매도 물량이 폭증한 사례도 있었다. 이는 마치 자살하기에 좋은 날처럼 (4월 4일 새벽 4시 4분 4초?) 완전한 미신이며, 거래 판세의 카오스적 상황에서 탈출구로 선택한 주식 트레이더나 슈퍼 개미들의 근거 없는 유언비어다. 이런 엉터리 사례를 믿고 제시된 특정한 시간으로 주식거래에 개입하 쫄딱 망할 수도 있다. 

  과학을 오해하여 미신에 도입하는 미친 짓의 사례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유사과학을 교리에 도입하여 선민을 유혹하는 사이비 종교인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를 비롯하여 그 사례는 차고 넘친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의 물리혁명 중 카오스 이론은 열유체의 유동특성, 제품의 수명주기, 개미나 차량의 이동경로, 일기예보나 주식동향, 심지어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로또복권의 족집계 예측과 같이 우리가 늘 보거나 접촉하는 일상적 차원에서 너무나 흔하게 적용이 된다. 

  물론 에너지경로 정보가 붕괴하지 않는 한 혼돈의 끝은 초기의 입력조건에 따라 0이나 혹은 1수렴하여 재순환 구조를 지니게 되겠지, 에너지 밀도 붕괴 수준의 한계에 도달하 극한값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으로 발산하게 될 것이다.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기 3:19)

Ashes to ashes, dust to dust...


주기[1]

프랑스 수학자이자 나폴레옹의 스승이었던 라플라스는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다면, 이것은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 주고,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서술한 실제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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