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 생각하니 무서운 꿈이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저 바라보고 그저 믿고 그저 기뻐하고 그저 행복해하다가. 결국 단 한걸음의 망설임 없이 한 곳 만을 보며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꿈.
오늘의 꿈 안에서 나는 죽었다. 사실 알고 있던 죽음이었다. 왠지 그럴 것 같았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아가다 맥없이 무너져 내리며 죽었다. 그런데 그 냉정한 군중 속에, 그 차가운 사람들 속에 내가 바라던 시선은 없었다. 내가 죽었다는 걸 알아주기를 바랐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아니 분명히 본 것 같은데, 분명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없구나, 없구나, 없네, 아 이제 영영 모르려나, 나는 알려줄 수가 없는데 하며 죽었다. 오래 아프려나 오래 속상하려나 걱정하며 죽었다. 죽는 순간까지도 나는 멍청하게 마음 아프게 죽었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