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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삼삼팔 Oct 17. 2021

그런 젊음은 하나도 안 부러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자, 성격이자, 타고난 성향이렸다. 

정말로 참을 수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일정 데시벨을 넘어가는 소음에 가까운 소리,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로딩 시간, 회원가입을 하는 과정, 굼뜬 행동,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내뱉는 하찮은 거짓말, 똑같은 소리 몇 번 하게 하는 질척거림이 그것이다. 다른 건 다 참아도 이것만큼은 참아지지 않는 것들이라 폭발 직전의 상태까지 가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그중에서도 가장 싫은 건 소음이다. 아니, 가식이다. 반복되는 시끄러운 소리와 그에 겹쳐지는 수다스레 찢어지는 목소리들. 하나 즐거울 것 없는 쓸데없는 얘기를 한껏 들뜬 옥타브로, 가식적인 웃음과 눈빛을 씌워서 소통하는 꼴이라니. 그 시간에 조용하게 혼자 밖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평화로워질 것을 왜들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 내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듯 그들도, 어떤 이들도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다. 그래서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성격이고 성향이다. 싫으니까 싫다. 무의식적으로 위로 쳐든 고개나 업신여기는 듯한 눈빛을 볼 때면 기가 찰 때도 많은데 참 신기한 건, 나를 분노케 하는 이런 모습이 요즘은 10대에게서 참 많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예전보다 훨씬 가까워지고 흔해진 카페들 덕에 그곳은 10대들의 시험공부 장소이자 노는 장소로 자주 쓰이는 듯하다. 코로나로 신경 쓰여서 자주 가지도 못하거니와 코로나 이후에는 여럿이 간 적이 없는 카페에는 혼자 갈 때마다 10대들이 많다. 남녀가 마주 앉아 한참 신나 있는 녀석들도 보이고, 문제집은 잔뜩 펴놓고 떠들기 바쁜 아이들도 있다. 그중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 듯 보이는데, 공부하러 온 것이 아니기에 그렇지 않을까 속단도 해본다. 


덕분에 단 몇 시간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른 카페가 오히려, 하루 종일 어르고 달래 둔 나의 마음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했다. 나와 다른 사람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어른이 되는 거라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나 보다. 나는 아직 나와 다른 것은, 특히 이런 것은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자식을 낳고 더 어른이 되고 그보다 더 나이가 들어 내 인생이 너무나도 작게 보일 때쯤이면 그저 저들의 젊음이 부러울 때가 올까. 



나는 지금 이렇게 앉아, 그저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모든 신경을 상대에게 집중한 저들의 젊은 시간이, 과장된 표정과 행동 그리고 과한 옥타브와 엑센트를 내뱉는 저들의 가벼운 말이 빨리 지나가 주기를 바란다. 꼰대 같은 생각이지만 안타까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얼른 불꽃같이 뜨거우면서도 허무하고도 어리석은 행동을 그만둘 수 있기를, 너의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인생에 그렇게 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하루빨리 깨닫기를, 너의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거칠고 쉬운 말과 가벼운 행동으로 가득 채우지 않기를, 그때에만 할 수 있는 순수한 생각 속에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게 아니라면 얼른 그 시간을 지나 보내고 충분히 겪고 또 자빠지고 경험하고 일어서면서 오늘의 너를, 오늘 너의 험한 말과 선을 넘은 스킨십들을 후회하며, 다시는 스스로를 그렇게 가볍게 대하지 않는 시간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결국엔, 젊은 꼰대의 오지랖 넓은 참견이 될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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