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출산일기
아내가 결국 입원을 했다. 2주가량 열심히 누워 있었는데 결국 자궁 경부 길이가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안정을 취한 노력이 물거품 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원래 외래 진료 후에 오랜만에 백화점을 가려고 했다. 출산 선물로 아내의 가방을 보러 가려던 참이라 아내는 아침부터 들떠 있었다. 그런데 그 계획이 빗나가고 더 안 좋은 상황이 된 것이다. 나도 마음이 좋지 않은데 아내는 오죽했을까. 우리는 12월 25일,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에 입원 수속을 했다.
의사의 진료 결과를 받아 들고 바로 입원 수속을 해야 했기에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보호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했다.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이걸 받는 순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을 곧 깨달았다. 나가게 되면 다시 들어올 때 8만 원짜리 검사를 다시 받아야 했다. 정신이 없던 터라 그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괜스레 그런 절차를 미리 얘기해주지 않은 간호사가 미웠다. 우리는 산부인과 3층에 있는 1인실로 들어갔다.
앞으로 얼마나 입원해야 할지 기약이 없었다. 아내는 이제 팔에 링거를 꽂고 바로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다. 앞으로는 계속 이렇게 있어야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오전에 입원을 해서 바로 점심시간이 되었다. 내 기억에 병원식은 맛이 없었다. 지나치게 줄인 염분 때문에 모두 심심하다 보니 영 입맛이 당기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 출산을 하지 않은 산모의 밥이라 그런지 꽤 맛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생각해보니 오히려 병원에 있는 게 마음은 편할 것 같았다. 식사도 해결되고 시간이 되면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봐준다. 하루에도 몇 번씩 태동 소리도 들을 수 있다고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집이 아닌 곳에서 지내야 하는 아내가 빨리 적응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