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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사탕 Dec 14. 2023

 ‘되돌릴 수 없는 미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앞으로 몇 년을 더 버틸 수 있을까? 올해 9월을 지나면서도 온 몸으로 느끼고 생각하게 했다. 9월 중순이 지났는데 아직도 반팔을 입고, 아침 저녁으로도 긴팔을 입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날씨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덥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 봄과 가을은 거의 한 달 정도의 짧은 지나가는 계절이고, 여름과 겨울은 더 길어졌다. 아니, 길어진 여름은 너무나 더워서 집 밖을 나가기가 무섭고, 길어진 겨울도 그렇게까지 추운 날을 많이 만나기가 어렵다. 




어렸을 때, 에어컨이 없이도 버틸만 했던 여름은 이제 우리나라에는 없다. 벌써 되돌릴 수 없는 미래라는 말이 딱 실감이 나는데 북극은 오죽할까 생각하면서 책장을 열었다. 방송을 위해 기상전문 기자로 북극의 취재를 결심하는 것이 쉬운 일일 수 없을 것 같았다. 항공편부터 삐걱삐걱 말썽을 부리던 북극 취재는 기자의 다급한 이야기 속에서 이미 걱정스러운 돌발 상황이 가득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북극이 더 무서웠다. 눈이 보이지 않는 풍경, 물론 북극이 아닌 가까운 마을정도였지만 기자는 북극을 상상했던 곳에서 눈을 거의 볼 수 없음에 걱정하기 시작했다. 





해가지지 않는 백야의 여름 속 스피츠베르겐섬은 눈과 얼음을 완전히 벗고 뾰족한 산등성이의 골격을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빙하가 녹은 물은 계곡을 따라 흐르고 마을 곳곳에 거센 급류가 굽이쳤다. 빙하가 품고 있던 흙이 내려와 물은 온통 흙빛이다. 발을 헛디뎌 급류에 휘말렸다가는 세상과 이별할 것 같은 아찔함이 밀려올 정도였다.


북극의 풍경은 420년만에 극적으로 바뀌었다. 눈과 얼음이 사라지고 사라하사막처럼 건조하고 메말라 보이는 북극. 바렌츠가 지금의 북극을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기자는 오슬로를 거쳐, 스발바르의 롱이어비엔에 도착해서 빙하 탐사를 위한 보트를 예약하고 탐사를 떠났다. 도무지 글로만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어서 지도를 뒤졌다. 







<롱이어비엔은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행정 중심지로, 스피츠베르겐섬에 자리하고 있다. 인구는 약 1,800명으로, 대부분이 노르웨이인이며, 일부는 러시아인이다.>



스발바르에서 본 북극은 북극같지 않다고 표현한 기자의 말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무리 여름이지만 정말 북극 같지 않았다. 여러 북극의 가이드나 안전요원에게 인터뷰를 한 작가의 글 속에서 정말 이제 북극은 빙하와, 얼음, 눈이 가득한 그런 곳이 아닌 것 같아서 슬퍼졌다. 과거에는 여름철에서 9~10℃였는데, 지금은 14~15℃정도라니, 이렇게 계속 올라가면 북극의 얼음이 과연 녹지 않고 남아 있을 수 있을까?




노르덴스키울드 빙하, 발렌베르크 빙하를 보여주는 사진을 보면서, 진짜 빙하를 꼭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역시 조금 뒤로 가니 다시 사라지는 북극 해빙의 심각함을 보게 되어서 걱정스러웠다. 











북극에서 햇빛을 반사하던 해빙이 줄어들자 북극이 더 뜨거워지고 이 여파가 빙하의 붕괴나 영구동토층의 균열, 생태계의 충격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북극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시다발적인 변화, 그 시작은 바로 해빙이다. 북극해빙은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심장이자 에어컨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기후 위기로 북극이 고장났다.





롱이어비엔을 떠나 다산기지를 방문하여 만난 한국인 연구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반가웠다. 북극에서 사는 식물들을 보는 것도, 독일 기지에서 풍선을 매일 날리는 것을 촬영하는 모습도, 세상에서 가장 공기가 깨끗한 제플린 관측소에 가는 기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북극의 다양한 모습이 신기했다. 



이러한 다양한 북극의 모습을 촬영하고,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시 돌아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송인의 모습, 그리고 기상전문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여전히 북극에서 녹고 있는 빙하, 살기 어려운 북극곰의 이야기는 그냥 뉴스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라 사람들이 많이 이 책을 통해서 북극의 실제 어려움이 얼마나 가까운지 느꼈으면 좋겠다. 작가의 ‘고장난 심장, 북극의 경고’ 방송을 실제로 보면서 이 이야기와 맞추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극을 길게 탐험하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문가가 아닌 우리처럼 일반인의 눈으로 보는 북극을 함께 볼 수 있어서 의미있는 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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