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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2] 센트로 탐방, 그 두 번째 이야기

아즈텍 유적과 해질녘의 센트로

by 잡초 Mar 27. 2025


■ 템플로 마요르

- 아즈텍 신전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 (feat. 체력 고갈 주의)


"템플로 마요르(Templo Mayor)"는 아즈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의 중앙 신전이었던 곳이다.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파괴되어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 있지만, 우리가 걸은 길은 한 때 아즈텍의 심장이었던 거대한 유적지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유적지 안에는 템플로 마요르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전시한 박물관도 있어 볼거리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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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하면 먼저 작은 내부 전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에는 몇몇 유물들과 함께 마요르 신전의 축소 복원 모형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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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면, 본격적인 유적 탐방이 시작된다. 스페인 정복자들은 아즈텍 제국의 중앙 신전을 철저히 파괴한 후, 그 자리에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등 현재의 건축물들을 세웠다. 그 탓에 1500년대부터 19세기까지 이 신전의 흔적은 땅속에 묻혀 그 존재조차 희미해졌고,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대성당 인근에서 조금씩 그 흔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발굴 작업은 1978년 전기공사를 하다가 발견한 돌 원반 유물 덕에 시작되었다. 지름 3m에 8톤이 넘는 이 거대한 돌 원반은, 아즈텍 신이 새겨져 있는 대표적인 아즈텍 문명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이후 수많은 아즈텍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들은 유적지 내에 있는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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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 안내판을 보니 기원전 1200년경부터 사람들이 이곳에 살면서 생활한 것 같다. 오른쪽 사진 속, 위로 봉긋 솟아있는 2개의 조형물이 바로 내부 전시공간에 있던 축소 복원 모형의 정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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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전을 둘러보면서 발견한 여러 가지 조형물들은 마요르 신전뿐 아니라, 후에 방문한 다른 멕시코 유적지에서도 종종 보였다. J는 맨 오른쪽의 빨간색 동그라미 조형물을 보고 졸라맨 같다고 했다. 나는 선박에 붙어있는 주황색 튜브 같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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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유적지 안이 군데군데 예쁘게 꽃으로 장식되어 있다. 앞서 신전에서 보았던 반쯤 눕듯이 앉아있던 조형물도 색을 입혀서 한 구석에 세워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조형물은 "차크몰(Chacmool)"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손으로 받치고 있는 접시에 인신공양되는 사람의 심장을 올려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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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우리는 예쁜 포토스폿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꽃 아래에서 몇 장, 느지막한 오후 역광을 활용해 또 한 장, 사진도 찍어줬다.


또다시 열심히 걷다 보면 4층 규모의 거대한 박물관이 나온다. 발굴된 유적의 양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보여주는 압도적인 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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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텍 신들의 조각상과, 그들이 새겨진 온갖 유물들, 심지어 동물 뼈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둘러보기에는 체력도 시간도 없어서, 전체 내부를 거닐며 구경하는 정도로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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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마요르 신전을 발굴하는 계기가 된 원반 유물은 천장이 뻥 뚫린 공간 한가운데에 전시되어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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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안에서 바라본 마요르 신전과 그 뒤의 대성당. 마침 일몰 때가 겹친 덕에 보게 된 노을 지는 풍경이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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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나온 이후에도 마요르 신전의 돌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엄청난 규모에 지친 와중에도, J는 돌벽에서 튀어나온 부분이 한반도와 꼭 닮았다고, 뛰어난 관찰력과 상상력을 발휘했다.



■ 예술궁전으로 가는 길

- 노을 구경 하며 플라우타스 한 입


Templo Mayor에서 바닥난 체력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길거리에서 간단히 요기하기로 했다. 앞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눈에 많이 띄어서 그 정체가 궁금했던 음식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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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이 음식의 정체가 "플라우타스(Flautas)"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속재료를 또띠야로 돌돌 말아서 굽거나 튀긴 요리라는 점에서 부리또와 비슷하지만, 재료가 적게 들어가서 크기가 훨씬 작고, 식사보다는 엔트리나 스낵 개념의 음식이었다. 즉 간단하게 요기하기에는 최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여태껏 멕시코에서 먹은 음식 중 이게 제일 맛있었다. 사실 그전까지 이렇다 할 맛있는 멕시코 음식을 찾지 못했던 터라, 이 플라우타스는 반가운 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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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우타스를 먹으며 우리는 "예술궁전(Palacio de Bellas Artes)"으로 향했다. 노을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시계 첨탑이 6시가 다 되어감을 알려주고 있다.


구글맵상 쏘칼로 광장에서 예술궁전까지는 도보 15분 정도 거리였지만, 우리는 먹고 구경하며 천천히 가서 그런지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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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궁전은 멕시코 독립 100주년 기념해 개관한 궁전으로, 디에고 리베라의 유명한 벽화 '인간, 우주의 지배자'를 비롯해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쉽게도 방문 시간이 늦어서 전시관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원래는 벽화를 볼 수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것도 불가능했지만, 때마침 4층에서 작품 설명회가 진행 중이었다. 우리는 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전시회를 신청했고, 전시회까지 가는 길에 복도에 걸려있는 유명한 벽화들은 얼추 다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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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회의 진행자는 캐나다 출신의 멀티디스플리너리 아티스트(multidisciplinary artist)인 Alan Glass였는데, 안타깝게도 100% 스페인어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 티켓값은 예술궁전 내부를 둘러본 값으로 치고, 잠깐 뒤쪽에 서 있다가 조용히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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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궁전 맞은편에 있는 sears 백화점에는 예술궁전 뷰 맛집으로 유명한 카페 "핀카 돈 포르피리오(Finca Don Porfirio)"가 있다. 예술궁전 내부는 들어가지 않아도, 이곳에서 예술궁전 뷰만 보는 관광객들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만큼 웨이팅이 길어서, 우리는 어느 블로그에서 본 꿀팁대로 백화점 4층 전자제품 매장 tv코너 뒤에 가서 예술궁전 뷰를 보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구경하기에 썩 좋지는 않았다. 그 새 입소문을 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유리벽에 손자국이 너무 많이 찍혀있었고, 장소 자체가 느긋하게 앉아서 뷰를 구경할 만한 곳은 아니었다. 밤이라서 창문에 매장 내부도 더 비치고, 손자국도 더 잘 보였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뷰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그냥 카페 웨이팅을 감수하는 것이 낫겠다.



■ Esquites de la calle Nápoles, Taquería Orinoco
- 모두의 맛집인데 나는 어째서.


예술궁전 구경까지 마치고 본격적인 저녁 식사 시간. 시도해보고 싶은 메뉴는 한가득이지만 일정과 위장은 한정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곳에서 많이 먹기보다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조금씩 맛을 봤다. 그렇게 해서 결정된 이 날의 저녁 목표는 두 곳, "Esquites de la calle Nápoles"와 "Taquería Orinoco".


"Esquites de la calle Nápoles"는 구글 평점이 굉장히 높은 '에스키테(Esquites)' 맛집이다. 가족끼리 운영하는 포장마차 같은 느낌이었고, 로컬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 같았다. 참고로 에스키테란 옥수수를 알알이 떼어 컵에 담고, 각종 소스와 토핑을 더해 버무린 멕시코 길거리 음식이다. 흔히들 '마약옥수수'라고 부르는 '엘로떼(Elote)'와 친척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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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방문했음에도 현지인들이 엄청 많이 줄을 서 있었다. 구글 평가도 모두 좋았고, 현지인들에게 이렇게 인기가 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기대가 될 수밖에... 하지만 현지인 맛집인 만큼 영어가 1도 안 통했다. 게다가 이 거리에서는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아 주문 방법을 검색하기도 힘들었다. 결국 예전에 얼핏 봤던 기억을 더듬어 적당히 주문을 했는데...


그게 실수였을까. 


솔직히 별로 맛이 없었다. 너무 느끼한 조합으로 시킨 걸까? 결국 근처에서 몇 입 먹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가서 더 매운 소스를 더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멕시코에 갈 때는 '제일 잘 나가는 걸로 주세요'라는 문장 하나를 외워가야 할 것 같다. 'Best'라고 해도 안 통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2차가 남아 있었으므로, 마침 양조절해야 하는데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만 먹고 다음 식당으로 이동했다.






Taquería Orinoco, 아마 '멕시코시티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가장 많이,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한테도 유명한데, 나중에 알고 보니 두아 리파(Dua Lipa)가 SNS에 올려서 화제가 된, 일명 '멕시코 MZ 맛집'이었다. 그렇게 찾기 힘들었던 한국인 관광객도 이곳에서 줄 서면서 거의 처음으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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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3 타코가 국룰이라지만, 우리는 이미 1차를 하고 왔기에 2인 3 타코로 주문했고, 나중에 추가로 퀘사디아를 주문했다. 가장 유명한 "chicarrón(돼지껍데기)" 타코를 포함해서 소나 돼지가 들어간 타코를 다양하게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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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타코가 맛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줄 서서 기다릴 만큼, 극찬할 만큼 특별한 맛은 아니었던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누군가에게 추천할 정도도 아니라고 느꼈다. 물론 J의 평은 나보다 좋았지만, 추가로 주문한 퀘사디아는 둘 다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 우리의 상상 속 퀘사디아는 좀 더 컸고, 무엇보다 치즈가 듬뿍 들어가서 한 입 베어 물면 쭉 늘어나는 '치즈 폭탄'이어야 했는데... 이건 그냥 고기 빠진 타코...


차라리 이 날 마신 "Carta Blanca"라는 맥주가 제일 맛있었고, 이 맛있는 맥주를 발견한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이 날을 기점으로, 나만의 멕시코 여행 맛집 기준이 생겼다.

(어딘가 평균에서 좀 삐끗 나있는 내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한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다.)


"구글맵에서 평점이 높아서 찾아간 맛집이나 웨이팅 맛집보다는, 그냥 길거리에서 끌리는 음식을 그때그때 먹는 게 훨~씬 더 맛있다."


참고로 후에 만난 한인투어 가이드 분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타코 맛집이요? 길거리 타코가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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