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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1-1] 멕시코시티로 가는 길

멕시코시티 입성, 그리고 타코 신고식까지.

by 잡초 Mar 22. 2025


■ 멕시코로 가는 길

- 14시간의 비행길.


8월부터 인천 - 멕시코시티 하늘길이 직항으로 열린 덕에 환승 시간을 아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인천에서 멕시코시티로 가는 아에로멕시코 직항 항공기는 매일 오전 11시 즈음 인천공항을 출발하고, 내가 가는 날은 월요일이었다. 즉 월요일 출근시간과 완벽히 겹치는 시간대였고, 하는 수 없이 아침 7시에 출발하는 공항버스를 예매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이 날은 버스 기사님도 처음 볼 정도로 고속도로가 많이 막혔고, 일찍 출발했음에도 인천공항 2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9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꽉 막힌 고속도로를 지나, 난생 처음 와본 2터미널


한산해보였지만, 내 줄은 길었다.


난생 처음 와본 2터미널은 크고 한산했다. 하지만 수하물을 부치기 위한 줄은 길었고, 심지어 느렸다.


짐 부치고, 보안검색대 통과하고, 면세품 찾고 허기진 배를 달래며 한 숨 돌리려니 곧 비행기 보딩 시작이란다.


장거리비행에 대비해 급하게 온라인 면세점에서 목베개를 샀다.
허기를 달래기를 잠시, 곧 시작된 비행기 탑승


사전지정이 가능한 무료 좌석 중 비교적 앞쪽 자리. 장거리 비행에 가장 좋다는 가운데 구역 복도 측을 잡았지만, 좌석 간 거리는 생각보다 좁았다. 어쨌든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비행기는 지연 없이 출발했고, 이륙하면서 비상구 측에 앉은 멕시코인 승객과 승무원이 스몰토크를 나누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무슨 얘기를 저토록 재미지게 나누고 있을까.

그들의 친화력에 감탄 한 번, 그리고 스페인어를 이해할 수 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 한 번.


멍하니 잡다한 생각을 하는 새에 비행기는 안정권에 접어들었고, 곧바로 첫 번째 기내식이 나왔다. 후기를 봤을 때는 메뉴 2가지 중 고를 수 있다는데, 승무원은 나에게 바로 비빔밥을 주었다.



당연히 비빔밥을 먹을 거라고 생각하신 것이라면, 정답이다. 여러 후기를 통해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꽤 맛이 좋았고, 밥 위에 얹혀져 나온 푹 익힌 양배추도 마음에 들었다.


미리 다운받아 간 영화도 보고, 멕시코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졸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느 순간 기내가 시끌시끌해지면서 익숙한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멕시코 사람들이 비상구 앞에 삼삼오오 모여 컵라면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사람들, 정말 사교적이구나.


착륙 전 두 번째 기내식이 나왔고, 멕시코 기준으로 아침식사 되시겠다. 이번에는 승무원 분이 묻기 전에 미리 한식이 아닌 양식으로 부탁했고, 오믈렛이 나왔다.



묘하게 짠 초록색 나물과 낯선 맛의 토마토 소스는 썩 잘 어우러지지 않았지만, 계란, 베이컨과 박박 섞어서 빵과 함께 먹으니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어차피 이제 곧 멕시코시티에서 맛난 음식들 잔뜩 먹을거니까.


그렇게 14시간 걸려서 미국이 아닌 멕시코로, 첫 아메리카 대륙을 밟았다.




■ 너덜너덜 육신을 이끌고, 반가워 J! 

- 베니토 후아레스 공항에서 멕시코시티로.


인천에서 출발하는 아에로멕시코 비행기는 베니토 후아레스 공항 2터미널에 떨어졌다. 아직 유심칩도 없었기에 듬성듬성 잡히는 공항 와이파이로 먼저 도착한 J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미국에서 출발한 J는 1터미널에 있었고, J와 함께 우버를 타고 멕시코시티 시내로 가기 위에 1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장시간 비행으로 쑤신 몸을 이끌고 드디어 J와 만났고, 미리 도착해있었던 J 덕에 유심칩 교체를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 환전하랴, 유심칩 찾으랴, 캐리어까지 끌고 이리저리 헤맨 탓에 굉장히 지쳐 있었고, J를 만났을 때 벅차오르는 감정에는 몇개월만의 재회로 인한 반가움뿐만 아니라 이 우왕좌왕 고생이 끝났다는 기쁨도 슬쩍 낑겨있었다.





■ 멕시코시티 도착 신고식은 길거리 타코로

- 모조리 문 닫은 식당들. 구글맵, 너무 믿지 말자(?)


호텔에 도착해 짐을 맡기고, 우리는 허기 속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미리 찾아놓은 숙소 근처의 타코 맛집으로 향했다. 첫 식사는 그래도 맛이 보장될 것 같은 유명 맛집에서 하고 싶다는 J. 그러나 영업중이라는 구글맵 정보와 다르게, 식당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식당 한 군데를 더 방문했으나 이게 왠걸, 그 곳에서도 우리의 배고픔은 당차게 배신당했다. 허기졌던 우리의 선택지는 결국 길거리 타코 트럭이 되었다.



즉석에서 타코를 요리해 주는 포장마차들이 여러 개 늘어서 있었고, 늦은 시간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앞에 서서 타코를 먹고 있었다. 현수막에 써 있는 스페인어 메뉴판을 열심히 번역해가면서 어찌저찌 첫 타코를 주문했다.



그렇게 나온 우리의 첫 타코!

정확히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는 모르지만,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적당히 섞였을 것이다. 어디선가 본 팁대로 라임을 뿌리고 고수와 과카몰리, 여러 소스들을 열심히 올렸다.


척 봐도 애송이 관광객인 우리의 모습을 보며 현지인들이 재미있어 했는데, 아직까지 우리의 어떤 모습이 그들에게 웃음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첫 타코는 꽤 맛있었고, 그 덕에 옆 가게도 궁금해졌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식사했기에. 결국 우리는 자리를 옮겨서 다른 타코를 추가로 주문했다.



그렇게 주문한 두 번째 타코!


첫 번째 가게에서 3개를 먹었으니 이번에는 2개만 시킨 건데, 사이즈가 훨씬 컸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처럼 둘이서 나눠 먹는 사람들은 없고, 어느 가게 앞이던 한 사람당 기본 한 접시씩 잡고 있었다. 어쨌든 이래저래 양은 적당히 맞췄다.


배가 어느 정도 찬 상태였음에도 두 번째 가게가 더 맛있었는데, 옆에 있던 어떤 미국인 아저씨의 추천대로 주문해서 그랬을지도. 현지인은 아니지만 이 곳에서 오래 머무른 듯한 관록이 넘쳤던 그 분은, 풋내기 여행객인 우리에게 메뉴 추천 뿐 아니라 어떤 소스가 매운지도 알려주었다.


오랜만에 본 J는 홀로 타지생활을 하며 영어 실력 뿐 아니라 훌륭한 스몰 토크 능력까지 겸비하게 된 것 같았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옆에서 고개만 끄덕끄덕 하고 있자니 괜사리 J가 커보이기도, 조금은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 


어쨌든 성공적으로 배를 채운 우리는 호텔로 다시 돌아가 체크인을 하고, 시내 구경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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