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요요", 나도 모르게 길어지는 인사
성인이 된 후, 나는 다시 계산대 앞에 서 있었다.
이번엔 식당이었다. 홀서빙 아르바이트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점심시간이면 숨 쉴 틈도 없이 손님이 몰려왔다. 주문을 받고, 물을 나르고, 빈 그릇을 치우고, 계산을 받았다. 그날도 정신없는 와중에, 나는 무심코 말했다.
“어서오세요요요.”
손님은 멈칫했다. 나도 그 말을 꺼낸 뒤에야 알아차렸다.
말끝이 또 길게 늘어졌다는 걸.
그 짧은 인사 한 마디로 몇 번이나 지적을 받았다.
웃으며 “그게 습관이 돼서요”라고 말했지만, 속은 뜨끔했다.
다른 말투로 바꿔보려 했지만, 말끝에 붙는 “요”는 늘 따라 나왔다.
“감사합니다아아.”
“천천히 드세…요요요…”
어릴 때부터 나는 남 눈치를 많이 보며 살아왔다.
그래서 누가 내 말투를 지적할 때면 괜찮은 척하면서도, 내내 그 말이 맴돌았다.
말투 하나 때문에 내가 이상해 보이는 건 아닐까,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며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 언니와 함께 퇴근하던 길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게 고쳐야 되는데, 잘 안 돼서… 저도 좀 스트레스예요.”
언니는 걷던 걸음을 멈추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네가 하는 인사 좋던데.
그걸 계속 지적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야.
몇십 년을 그렇게 말해왔는데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냐?
그게 너만의 개성이야. 너무 신경 쓰지 마.”
나는 바로 “네, 언니”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예전처럼 변명하듯 웃으며 말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서요… 고쳐야 되는데 잘 안 돼요.”
언니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런 말, 당사자한테 하지 마.
그럼 계속 지적해.
고치겠다고 말하는 건 약점이 있다고 광고하는 거야.
그냥 ‘네, 알겠습니다’ 하고 끝내.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야.”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배웠다.
예전의 나는 누군가 지적을 하면 무조건 고쳐야 한다고만 믿었다.
내가 이상하다는 말을 들으면 곧바로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며 나를 먼저 바꾸려 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는 달라졌다.
고치겠다는 말 대신 “네, 알겠습니다” 하고 웃었다.
눈치를 보면서도, 한 발짝은 물러서지 않게 되었다.
어릴 적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만난 점장님의 조언은 아직도 내 말끝에 남아 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누군가 내 말투를 웃음거리로 삼았을 때,
또 다른 누군가가 조용히 내 편이 되어주었다.
나는 아직도 무의식 중에 말끝을 늘인다.
하지만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쉽게 움츠러들지 않는다.
그건 나의 일부이고, 내가 지켜온 시간이니까.
그리고 지금도 가끔, 그 말투를 듣고 웃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혼잣말한다.
이건 누군가에게 배운 말투고,
또 누군가에게서 지켜낸 말투다.
그러니까 지금은, 내 말투로 살아가는 게
조금은 덜 외롭다.
말투에 담긴 시간이 글로 이어지면서,
나는 계산대 앞에서 겪었던 다른 기억들도 차례로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