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리라.
하고 싶던 일이 어느새 해야 하는 일이 되자, 동기와 흥미를 잃어버리는 일을 자주 경험한다.
글 쓰는 게 너무 좋아서 침대에 누웠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쓰던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고 의무감이 생기자 글 쓰는 게 일처럼 느껴져 놀랐다.
개인적으로 모든 일에 쉽게 실증을 느끼는 편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그림이 너무 좋아 미대에 가고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이젠 그리는 설렘 대신 치열함만 남았다는 우리 누나를 보면 일반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싶다.
방청소를 하려다가도 엄마에게 방 좀 치우라는 잔소리를 들으면 의욕이 뚝 떨어지는 심보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리라.
사실 취미의 영역은 하고 싶은 일이 하기 싫은 일이 되어도 상관없다.
글 쓰는 게 질렸다면 노래를 부르면 되고 축구가 질렸다면 농구를 하면 된다.
그렇다면 돈을 벌기 위해 매일같이 해야 하는 일은 어떤가?
흥미에 맞춘 직장을 골랐대도 "해야 하는 일" 그 자체인 직업은 곧 "하기 싫은 일"이 될 것이고 흥미에도 없는 직업이라면 시작부터 하기 싫을 게 뻔하다.
"남의 돈 버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끄덕일 격언이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지나갔다지만, 내 흥미가 떨어지는 속도에 맞춰서 직업을 바꿀 수는 없다.
영화 데드풀의 번역가로 유명한 황석희 번역가님은 17년간 영화 번역가로 일하셨다.
그를 보면서 "영화 번역가처럼 독특한 직업이라면 좋아해서 골랐겠다! 17년이나 했다면 그 일을 정말 좋아하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번역가님도 인터뷰에서 "정말 하기 싫은 순간이 많다. 그저 이를 꽉 깨물고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국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물었을 때 직업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낮은 순위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직업은 이미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하다 보면 질리기 마련이고, 오래된 직업을 꾸준히 사랑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 열정의 불씨를 꺼트려선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게 내가 지금 글을 쓰라는 브런치 알람에 꾸역꾸역 글을 쓰고 있는 이유다.
내가 왜 글쓰기를 좋아했는지를 돌이켜보고 일단 시작하고 다시 그 이유를 느껴본다.
브런치가 직업만큼 의무감이 크지는 않겠지만,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는 언젠가 내 직업에 대한 열정을 지키는 일에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너무나 좋아했지만, 언젠가 열정을 잃어버린 일이 있지는 않은가?
그 일과 어색해졌단 사실을 마주하기가 껄끄러워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열정을 잃지 않으려 나름대로 꿈틀대는 내 모습을 따라 한번 꿈틀대본다면 처음 그 열정이 다시 찾아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