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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 구름 Sep 13. 2024

Namaste

당신과 내 안에 있는 순수한 존재를 향해 경의를 표합니다


나마스테(Namaste) 자세는 내면과 외면에 숨겨져 있는 경건한 신의 힘에 대해 의례를 표하는 자세이다. 나마스테를 말 그대로 직역하면 '당신과 내 안에 있는 순수한 존재를 향해 경의를 표합니다'라는 뜻이다. 때문에 그러한 순수영혼을 맑은 눈빛을 통해 엿보게 될 때마다 우리는 잠시나마 모든 걸 멈추고 가만히 응시를 하게 된다.
 
- 요가수트라, 베스 림 역



이 글은 두 달간의 인도, 네팔 여행을 정리하기 위해 시작하는 글이다. 요가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인도 북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리시케시에서 여름 한 달간 요가를 배웠다. 그 후에는 네팔로 넘어가 포카라에서 열흘간 위빠사나 명상을 하고, 일주일간 히말라야 트레킹을 했다. 그리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히말라야 너머에 있는 황색 마을, 레로 향했다. 그곳에서 국경지역에 근접한 푸른 호수들과 사막을 보았다. 두 달간 히말라야 위와 아래에서 히말라야를 밟고 히말라야의 정기을 받으며 지냈다. 그래서 여행지에서 쓴 글들은 모두 히말라야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인도가 처음 마음에 들어섰을 때가 생각난다. 나무로 만들어진 오두막 안에서 누구보다 멋지게, 온 기운을 담아 친구들에게 요가를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비록 아쉬람이 나무 오두막은 아니었지만 그 장면은 벌써 과거가 되었다. 한 달간 요가를 수행할 아쉬람을 찾아보며 사진으로 보았던, 수료식날 목에 노란 꽃을 달고 다 함께 사진을 찍는 그 모습들도 모두 어제가 되었고, 이제는 기억의 저편에서 희미해질 것이다. 인도로 향하기 전 여행의 목표로 두었던 것들, 요가를 가르치는 시험을 보는 일이나 요가 강사 자격증 수료를 하는 일 등은 일련의 사건들에 불과했다. 진정한 가치는 목적지가 아닌 길에 있었다. 지금 여기에서 요가를 수련하며 얼마나 하루하루를 진심으로 대했느냐가 여행을 결정했다. 적어도 요가를 배우는 기간 동안은 한 수업도 빠지지 않고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했기에 한 달간의 요가 수련은 그만큼의 가치로 내게 돌아왔다.



아쉬람의 작은 방에서 좋지 않은 시설과 찌는 듯한 더위로 인해 온갖 부정성에 휩싸였을 때 들은 조언이 있다. 돈으로 규정되지 않는, 내가 지불한 것들이 아닌 리시케시라는 땅이 주는 것들에 집중해 보라고 말이다. 나에게 리시케시는 설렘과 흥분을 주는 땅이자 동시에 실망을 가득 안겨준 땅이었다. 요가원 주변의 모든 것들은 지어지고 있었고, 모든 인위적인 것들은 부자연스러운 소리를 냈다. 그런 주변 환경으로 인해 실망을 했다면, 여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리시케시에서 처음 서점에 들어선 순간 책장이 모두 영적인 책들로 가득 차있는 것을 보고는 '내가 와야 할 곳에 잘 왔구나' 생각했다. 식당에서나 카페에서나 한국에서는 찾기 드문,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리시케시의 서점에서만 볼 수 있는 그런 류의 책들을 소설책 읽듯이 읽고 있었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찾아 이 먼 땅, 이곳까지 온 걸까 궁금했다. 한 번은 인도 철학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높았던 호주 친구 F에게 물었다. 세상에 리시케시만큼 서점에 한가득 요가와 명상, 깨어남에 대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이 과연 있을까 하고. F는 아마 중국에 어딘가 있지 않을까 말했다. 중국에는 그런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이곳이 얼마나 지구에서 귀한 곳인지 알게 해 주었다. 비록 발전하는 인도 경제와 더불어 오늘날의 리시케시는 건물과 소음으로 덮인 곳이었지만 그 안에 깃든 정신은 아직도 전 세계의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인도 사람들은 어떤 카르마를 타고났길래 이 땅에 살게 되었을까. 어떻게 이곳 사람들은 그런 성스런 종교와 영적인 지식들을 구구단 외우듯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을까 궁금했다. 이곳 사람들은 에고가 가볍다. 고개를 저으며 체념하듯 '알겠다' 하는 특유의 인도식 바디랭귀지는 강력한 내맡기기의 힘을 보여주는 듯 했다. 삶에 항복하기가 몸에 배어있는 이들은 삶의 순간들을 큰 욕망 없이 모두 신께 바친다.


인도에서 불어온 바람이 나를 어디로 인도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리시케시에서 지속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있다. 그것은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었다. 히말라야의 안개에 둘러쌓여 쓴 글에는 분명 힘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매일 배운 요가와 함께 인도와 네팔의 맑은 에너지를 끌어모은 알아차림 경험을 몇 편의 글로 담아보고자 한다.


pangong tso, lada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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