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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May 27. 2024

전복은 물의 피부를 갖고 있었지

전복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눅눅한 습기를 안 은채

이게 뭔가 했어

그런데 목이 없고 발도 없었어

뒤집어 보니 일어날 수 없는 것은

거북이와 같았지


너의 몸에 손가락을 대자

불안한 듯 온몸을 움츠렸지

모습이 징그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느릿느릿 몸을 움직이며

죽음을 세고 있는 것 같았지


살아 있는 너를 손질하며

비릿한 물의 피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다시 돌아가지 못할 고향

슬픔을 게워내며

칼끝에서 너의  맥박소리  들려오고

딸려온 물빛마저 거무스름했지


등껍질이 해체되면

질펀하게 쏟아놓은 설움을

등딱지에 가두고서

너는 한동안 난청을 앓았지


도마  위에 올려진


너는


온몸을 감싸준 물의 혀를 생각하며

을 감고


나는


작게 쪼개진 바다를 바라보며 

눈을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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