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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Nov 18. 2024

치매

국화꽃




여름의 열기를 다 토해낸 대지 위에

그리움이 동글동글 말려 있다

유독 좋아한 국화꽃

진딧물을 닦다 보니

어머니의 멍든 얼룩이 보였다


뒤늦은 후회가 물거품처럼

뿜어져 나오지만

아파도 놓지 못한 웃음만

한가득 삼키고


안부와 호출은

뒷전이었고

놓쳐버린 여유는 불행의 시작이었다



창문 밖의 어머니는 기억을 잃고

딸을 아줌마로 알고 있었다

두 자녀를 앞세우고

가슴 한구석 문신처럼 붙어 있는 상처

나는 한 번도 어루만져 준 적 없다



미워할 수 없는 그리움 한 조각

사랑한다는 말을 귓속에 넣어 주고

어제의 아픔을 지우고 싶었다




뚜라미 울음이 사그라들면 

여기저기서

아줌마

아줌마

어머니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국화꽃은 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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