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엄마가 커피 한잔 하자고 부른다.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그녀의 집에 갔다.
커피와 함께 그가 들고 나온 것은 예쁜 속옷이었다
''아니 웬 속옷?''
남편이 결혼기념일이라고 어제 사 왔단다. 한눈에 보기에도
여자로서 탐나는 속옷이었다.
내가 매우 아름답다고 하자 신이 나서 그동안에 사다 준 속옷을 모두 펼쳐 놓는다.
생일 때나 기념일이 되면 속옷을 사다 주어서 한 번도 자기가 사 본 적이 없단다. 속으로 부러웠다.
그리고 며칠 후 내 생일이 되었다.
''옆집 엄마는 남편이 무척 사랑하나 봐, 생일이나 기념일 때는 예쁜 속옷을 사다 준대. 당신도 나를 사랑하면 한번 사 와 봐.''
종이쪽지에 치수를 적어 출근하는 남편의 호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저녁때가 되어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남편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 현관문이 열리고 남편이 들어왔다.
눈이 곧바로 손으로 갔다. 들고 온 것은 케이크 상자와 꽃다발이었다. 나는 옆구리를 콕 찍으며
''속옷은 어디 있어요.''
''아!'' 그것, 점원에게 치수를 말하니까 당신 치수가 너무 커서 공장에서 따로 맞춰야 한대.''
''기가 막혀.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가 보지도 않고 그러는 거지?''
남편은 다른 것은 다 할 테니까 그런 심부름은 시키지 말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남자 팬티 좋은 거로 사다 놓을 테니 같이 입자.''
''됐어, 바라는 내가 바보지.''
총각 시절에 꽃 한 송이 주는 것도 얼굴이 빨개진 사람인데 속옷을 사 오라고 했으니 너무 큰 숙제를 준 것 같았다.
서운함도 없지 않았으나 이미 내 마음속에는 남편이 사서 온 장미꽃으로 예쁜 속옷을 만들어 입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