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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언니의 말맛 Jan 27. 2022

#01.나한테 아빠가 보여

혼날일이었나...?


한창 저녁 준비에 분주한 엄마. 안방에서는 TV를 보는 아빠와 나. 엄마는 간식으로 가래떡 3개와 설탕을 담아서 막내딸인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신이 나서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배를 깔고 엎드려 누워서 젓가락으로 가래떡을 들어 올렸다. 반짝반짝 빛나는 설탕을 향해 가래떡을 찍었다. 갸우뚱... 가래떡의 무게가 한 쪽으로 쏠리면서 설탕 속으로 떨어졌다. 어린 나는 설탕가루가 범벅이 된 가래떡을 다시 들어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노력 끝에 가래떡을 들어 올려 한입 베어 먹었다. 그때였다 불같이 화를 내며 아빠의 주먹이 머리통을 향해 쥐어밖히고 말았다.



조심스럽게 먹지 못하냐며 흘린 설탕가루를 가리켰고 엄청난 호통을 쳤다. 한입 베어 먹은 가래떡을 두어 번 씹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서러웠다. 큰 소리를 내며 울지도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아빠의 꾸지람은 계속되었다. 그야말로 난 정지상태였다. 큰소리에 놀란 엄마가 들어왔다. 애가 그럴 수도 있지 않냐며 나를 일으켜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어린 맘에 대체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먹고 있는 나를 야단쳤다는 것에 억울하고 서럽고 화가 났다. 한번 호통치면 무서웠던 아빠이기에 엄마손에 이끌려 거실로 나갔을 때는 이미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었고 입 속에서는 설탕이 녹아 달달함이  밖으로 흐르고 있었다. 세상 가래떡 먹다가 설탕가루 흘려 호되게 혼난 여자아이는 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 일이 잊히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커서 알게 되었다.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어린아이로써 당연했던 행동이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가래떡으로 설탕을 안 흘리고 찍어 먹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음을... 찍는 과정에서 흘리지 않았더라도 결국엔 입을 향해 가는 과정과 한입 베어 먹는 순간 설탕가루는 가루답게 흘려진다는 것을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핫도그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마저도 흘리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꼭 휴지를 동반해서 먹는 버릇이 생겼다. 


나는 가래떡과 설탕을 보면 어릴 적 일로 트라우마가 있어 먹지 않는다. 지금은 설탕 대신 시럽과 꿀로 대체되었지만 먹을 일이 있다 하더라도 구운 가래떡 또는 핫도그를 먹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다. 깔끔함에 민감했던 아빠는 내가 먼지를 내면 여지없이 호통을 쳤다. 먼지가 어딨는지 매사에 맘에 안 들면 호통치고 화를 내는 아빠가 밉기만 했다. 


그랬던 내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먼지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환기시키라며 창문을 열고 극성떠는 나를 발견했다. "이 먼지 다 우리 코와 입속으로 들어가 기관지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거야. 이 먼지들 안보이니?" 하며 먼지를 확인시켜준다. 이리 치우고 저리 정리하며 최대한 깔끔을 부린다.


그들은 말한다. "어떻게 먼지를 보지?"


조금은 그냥 지나쳐도 될 텐데, 어릴적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나보다. 어느새 나를 합리화한다. "내가 어릴 적에 먼지 일으키면 아빠한테 엄청 혼났던 기억이 있어." 사소한 거 하나까지 꼼꼼하게 챙겼던 아빠의 모습을 닮지 않으려고 했지만, 가끔 나에게서 아빠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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