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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언니의 말맛 Nov 20. 2022

쪼그라든 자존감 일으켜 세우기

내편이 있어 용기를 내!





겨울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연말 일정들은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결정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책임감으로 부담감이 뒤따라서인지 몸도 마음도 무척이나 분주함을 느끼네요. 언제부터인지 별것도 아닌 문제들과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커다란 장애물 앞에서 주춤하게 되고 이끌어가야 할 회사 일들이 힘에 부딪치곤 합니다. 버겁다고 느껴지는 문제들로 인해 더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하고 무거워집니다.






하루 일과 중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요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너무나도 즐겁습니다. 그 시간은 새벽 기상과 마주한 시간일 때도 있고 외근 중 장 시간 운전 중일 때도 있습니다. 그중 가장 효과가 좋은 장소는 뭐니 뭐니 해도 조용한 카페입니다. 따스한 햇빛이 빛나는 날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품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해 제 시간을 가져 봅니다. 이 시간만큼은 개인 시간을 갖는다는 기쁨에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지요.


카페 창가 쪽에는 젊은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저도 그 언저리에 자리를 잡아봅니다. 좀 전에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주문해 쟁반채 받아 들고 제 테이블로 가져와 앉았습니다.

분주했던 마음도 안정시키며 잠시 외부 업무 톡을 진행한 뒤 커피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헉! 긴장이 풀린 걸까요? 그 순간 적나라하게 대형 사고를 치고 마네요. 




"이런! 젠장..." 아뿔싸~

아이스커피잔을 잡으려던 찰나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슬쩍 스치며 커피잔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대로 커피잔은 누가 밀기라도 한 것처럼 피해자가 되어 쟁반에서 벌러덩 쓰러져 버리네요.

안에 있던 얼음과 커피는 테이블을 지나 테이블 아래로 순식간에 쏟아져 버렸어요. 

그 상황에 정말 당황스럽고 그대로 제모습은 얼음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 몇초가 어찌나 길던지 이대로 멈춤이 끝나지 않길 바랬습니다. 



원치 않는 사람들 시선을 한 몸에 받았던 나는 '누가 나 좀 살려줘요'~~~ 라며 간절하게 속으로 외치고 있었습니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무슨 잡생각이 이리도 많았던 걸까...', 정말인지 오나가나 민폐 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잠깐 실수라도 하게 되는 순간과 맞닥뜨리면 이성을 잃고 진정할 새도 없이 자신을 꾸짖으며 코너로 몰아붙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는 자존감이 더 단단하게 쪼그라들며 꼭꼭 숨어버리고 맙니다. 



걷잡을 수 없이 짜증이 밀려들었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어요.

흥건하게 쏟아진 커피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재빨리 정신을 차려봅니다.

그리고 후다닥 데스크로 달려가 직원한테 가서 도움을 요청했어요.


다행히도 친절한 직원 덕분에 테이블은 깨끗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고맙게도 그 순간 저를 도와준 직원이 영웅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제 실수였는데 직원은 제게 다시 와서 새 커피를 받아 가라고 말해 줍니다.

하염없이 쪼그라든 자존감이 한순간 꽃피듯 피어오르며 고개를 내밀어 줍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나를 다스리는 통제감'이 상실된 지 오래된 나는 나와 마주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스커피가 쏟아졌던 그 순간은 매우 공포스럽고 두려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고 벗어나고 싶었거든요.  '그냥 나갈까?' 아니면 '창피함을 무릅쓰고 다시 앉아하려고 하던 일을 하고 갈까?'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누군가한테는 그럴 수도 있었던 일,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일상에서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제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없애야 하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마주해야 하는 그 두려움은 불안감과 불쾌한 감정으로 나를 지배하기 때문이에요. 




친절한 직원에게 도움을 받고 나니 '이래서 세상은 아름다운 거고 살맛 나는 거지 뭐'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다져봅니다.


"그래, 괜찮아"

"이런 날도 있지 뭐~"

"실수잖아~"


뭔지 모를 무거웠던 마음은 액땜이라도 한 듯 속이 후련했어요.


잠시 후 내 마음은 안전하다는 위로가 필요했는지 내펴니(남편)에게 전화를 겁니다.

마음을 진정시켰음에도 내펴니(남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돕니다.

그리고 좀 전에 있던 상황을 어린아이가 된 듯 이야기하며 수다를 떨어봅니다.


"헐~ 괜찮아? 안 다쳤어?"

"자기 요즘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아~ 마음 편하게 가져"

"진짜 안 다쳐서 다행이다."

세상에 내편이 있다는 사실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안 비밀!

내펴니(남편)의 말 한마디에 언제 그랬냐는 듯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 안정제를 처방받습니다.

못나고 작아진 자존감으로 살아내고 있는 모습에도 언제나 한결같이 존중해 주는 내펴니(남편)는

오늘도 제게 큰 힘이 되어주며 용기를 가득 실어주니 든든합니다. 


내일은 또 어떤 사고를 칠지 걱정이 앞서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두려움으로부터 당당하게 마주 할 수 있는 용기, 더 나아가 내 삶에 작고 소소한 일상들을 아무 거리낌 없이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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