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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루다언니의 말맛 Jan 15. 2023

#07. 시어머님과 며느라기 먹튀사건 후덜덜

특별한 날! 크리스마스이브... 이게 아닌뒈





며느리 : "빨리! 빨리! 다시 되돌아가야 해"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내비게이션 : “전방 670미터 남았습니다”

시어머님 : “야야~ 빨리 전화부터 해라” 마음이 초조해지나 보다.

남편 : “다 와가~ 다 와가~” 침착을 잃지 않는 자세로 말을 이어간다.

며느리 : “헐~ 전화했는데 통화 중이에요. 어떻게~ 어떻게~”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뭐 큰일이야 있겠어? 이때까지만 해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다.)          


저녁식사한 장소에 다시 도착했다.

어머님이 준비해 주신 신용카드를 받아 조수석 문을 열고 내린다.

‘쾅!’ 문 닫는 소리에 긴장감이 엄습해 온다.

   

미끄러운 길바닥에 넘어질까 봐 조심조심!

‘땡땡별관’ 식당을 향해 종종거리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마음은 벌써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을 법한데 몸은 1층 마당에 겨우 닿았다.

짧은 다리가 찢어져라 최대한 벌려 여섯 개 계단을 두 번에 걸쳐 올라본다.

마지막 계단에 다다르자 있는 힘껏 팔을 뻗고 식당 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이어 요란하게 문을 열며 들어섰다.


카운터에서는 우리를 기다렸는지 당황한 듯한 표정이 영력 했다.

며느리 : “사장니임~ 저희가...”

식당 : “앗! 이상하다... 어디 가셨나 찾고 있었어요. 저 테이블을 치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웃으셨다.     

계산을 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내밈과 동시에 사장님과 나는 눈이 마주쳤고 이내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말씀은 안 하셔도 사장님은 우리가 계산 안 하고 가신 줄 알았을 것이다.)   

  

며느리 : “아 죄송해요. 진짜 깜빡했어요. 저는 어머님이 계산하시기로 해서 계산하신 줄 알았어요.”     

식당 : ^---^   (말씀 없이 웃고 계시는 모습이 안도하시는 눈치다.)

계산을 마치고 정중히 인사드리며 식당을 나왔다. 다리에 힘이 빠진다. 휴우~


나는 물론이고 사장님도 어이없는 상황에 웃겼는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식당을 나와 골목에 서있는 차를 발견했을 때 기다리고 있는 어머님과 남편을 생각하니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이내 웃음을 참으며 후다닥 달려가 차에 올라 영수증과 카드를 드렸다.


시어머님 : “아이고 야야 그 사람들도(식당) 되게 웃긴다. 아니 손님이 나가면 계산하셔야지요.라고 말을 해야지 왜 말을 안 하냐"라며 나무라신다. (사실 실수든 잘못이든 우리가 했는데 말이다. ㅋㅋㅋ)    

      

오늘은 특별한 날! 크리스마스이브다. 우리 가족 모두 바쁜 일정을 마치고 오랜만에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였다. 언제나 아들 부부 일정부터 배려해 주시고 기다려주신 만큼 어머님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저녁식사와 가족 시간에 몰입한 나머지 가장 기본적인 룰도 잊은 채 먹튀사건을 만들고 만 것이다.


[2시간 전]     

남편 : “엄마, 오늘은 집에서 아무것도 준비하지 마세요. 며느라기가 알아서 예약해 놨어요.”

시어머님 : “응~ 그래”

며느리 : “짜잔! 어머님을 위한 선물입니다. 한정판 황치즈 크럼블 케이크이에요. 이 특별한 수제 케이크는 우리나라에 한 곳밖에 없는 땡땡제과에서 만들었어요.”

크리스마스 토퍼 장식을 끼우며 정신없이 주저리주저리 수다가 이어졌다.(누가 알면 땡땡제과 홍보대사인 줄...) 이 쿠키 케이크는 내가 알던 제자가 매니저로 승진하면서 만들었다고 해서 고민 없이 주문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족들과 함께 먹기 위해 내 손바닥에 오기를 기다렸던 터라 기대가 컸다.



시어머님과 남편은 황치즈 크럼블 케이크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센스 발휘할 시간!! 아무래도 맛을 봐야 예의인 것 같아 먹어보기로 한다.     


시어머님 : “어머~ 하나도 안 달고 맛있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

남편 : “일반 케이크가 아니네 맛있다” 역시 좋아했다.

며느리 : “세상에나 밑에는 인절미가 깔려있고 중간에는 쿠키와 치즈가 뒤엉켜 있어요. 황치즈 맛이 너무너무 좋은데요. “ 은근슬쩍 생색도 내본다.(며느리가 바쁜데 일주일을 기다려 사가지고 온 거어요라고 텔레파시를 마구마구 보낸다.)


처음엔 케이크 가격을 지불할 때는 “흠... 가격은 조금 사악한데? “ 속으로 생각했다.

한눈에 노란 케이크가 눈을 잡아끌었다. 짙은 노란색을 띠고 있는 치즈색으로 눈이 부실정도다. 바라보고 있노라니 먹기도 전에 침이 하나 가득 고인다. 꾸덕함이 가득한 쿠키 안에 옐로우즈 황치즈의 찐한 맛이 풍요롭게 입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단짠단짠함이 달콤한 향으로 둘러싸여 오독오독 씹는 맛까지 새롭기까지 하다. 이것은 쿠키인가? 케이크인가? 한입 베어 맛을 보고 나니 신선함은 물론이고 무한 감동까지 전해준다. 가격도, 작품도, 예술이다. '이젠 중독될 일만 남았구나' 엄지 척을 보이며 인정해야만 했다.




캠핑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곳, 분위기에 맞게 맛있는 저녁 메뉴가 차려졌다.

땡땡한상차림(삼겹살+폭립+돈마호크+곁들임 소시지+된장찌개+마시멜로+샐러드)


제일 먼저 사진이 주문한 요리를 먹고 우리 가족사진도 인증하며 저녁식사를 즐겼다.

육질이 부드러운 돈마호크는 사이드에 곁들여진 구운 파인애플과 함께, 바비큐 고기와 소시지들은 어니언 소스에 찍어 토르티야에 샐러드와 얹어 먹으니 입안이 풍요로워진다. 새콤달콤한 밑반찬들과 된장찌개까지 안성맞춤이다. 캠핑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 마시멜로까지 편하게 구워 나오니 먹는 재미가 솔솔 했다.


한참을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우며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온기(가족애, 사랑)를 가득 채워줬다. 그렇게 맛있는 식사는 어김없이 빈 그릇이 되었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2차로 예쁜 카페를 가기로 했다. 남편은 차를 빼올 테니 연락하면 나오라고 하며 주차장으로 먼저 갔고 어머님은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하며 일어섰다. 나도 주섬주섬 주변을 정리할 때쯤 어머님이 오셔서 함께 마지막 외투를 입고 팔짱을 끼며 기쁜 마음으로 식당 문을 나섰다. 1층 마당에서 두루두루 살피며 예쁘게 꾸며진 조명을 뒤로하고 인증숏을 남기며 한껏 즐기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골목 밖에 차가 보여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다. 골목을 벗어날 때쯤 어머님이 느긋하게 말씀하신다.


시어머님 : ”나 계산 안 했는데 혹시 너희들이 했니?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며느리 : ”헉! 주차장 가면서 자기가 한 거 아니었어? “ 남편한테 추궁한다.

남편 : ”엄마가 외식은 무조건 계산한다고 해서 안 했지... “

(1차원의 세계... 당신은 누구시길래... 며느리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다. 키득키득)     


며느리 : ”헉! 어떡해~ 이건 먹튀다. 이건 먹튀로 오해하기 딱 좋아! 지금쯤 경찰에 신고했을 것 같아요. 우리가 먹고 도망간 줄 알고... “ 겁이 난 나머지 오두방정을 떨었다. 나조차도 너무 깜짝 놀랐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있음을 감지했다. 아무도 계산을 신경 쓰지 못하고 식당을 나온 걸 알아차린 순간이다.

우리 모두‘뇌 정지’ 타임


잠시 후 우리 셋은 박장대소하며 웃기 시작했다.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세상천지 시어머님과 남편 그리고 며느리가 그것도 특별한 크리스마스이브날에 이런 에피소드를 만들 수가 있지? “라는 이야기로 깔깔대며 웃었다. 아니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


‘너무 자연스럽게 맛있게 먹고 계산도 안 하고 나온 이 상황은 뭐지?’

남편은 차 가지러 먼저 나가고 어머님은 화장실 가고 나는 옷 입고 주변 정리하고... 그리고 마당에 나와서 사진 찍으며 둘러보고... 최근에 뉴스에서 본 먹튀 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바로 우리가 될 판이다. 어쩌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금 그 가게 주인은 CCTV로 우리를 돌려보느라 정신없을게 뻔했다. 먹튀 한 사람을 잡으려면 빨리 신고할 수밖에 없겠다는 상황이 그려졌다.      

큰 길가를 벗어났다면 한참을 돌아 식당 골목으로 가야 하는데 큰 길가를 벗어나기 직전에 어머님이 알아차리셨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다시 되돌아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고 식당 사장이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빨리 전화를 해야만 했다. 계산하러 간다고...

우린 차 안에서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며느리 : ”세상에 우리 오늘 먹튀 한 사람들로 뉴스에 날뻔했어요. 상상만 해도 너무 무서운데요. 시어머니와 며느리 전문적인 수법으로 먹튀 하다. 한 번이 아닌 듯...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댓글 생각만 해도 끔찍해요. 어머님 키키키키 크크크크 “     

시어머님 : ”그러게 우리 계산도 안 하고 마당에서 사진 찍고 구경하고 그 사람들이 알면 얼마나 웃기겠냐. 아이고 우스워죽겠네 “     

며느리 : "우리 만약에 집에 바로 갔다고 생각해 봐요. ‘띵똥’ 초인종 누르고 경찰관들이 우리 잡아갔으면 어쩔 뻔했어요...”          

심장이 쫄깃쫄깃 해지는 경험을 한 우리는 뉴스에서 일어날 일을 상상 이상으로 꾸며대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크리스마스이브날의 에피소드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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