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큰 사건이 2개 있었다. 계엄령으로 잠깐 동안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의 코인 주가가 급락했다. 국장은 여전히 외인의 매도로 고통받고 있다. FOMC에서 파월의 금리인하 축소 발언 이후 미장에도 작은 폭풍이 불었다. 하룻밤 자는 동안 수백, 수천을 날린 이들도 적지 않다. 한 달 동안 많은 포트폴리오가 흔들렸을 것이다.
가까운 일은 그렇다. 그런데 사실 24년 4분기는 전반적으로 상승세였다. 코인은 물론이고 테크 기업의 주가도 많이 올랐다. 나는 9월부터 판에 들어갔다. 결과는 4,549만 원 상승, 22.6%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 사이 부족한 지식으로 헛발질을 하느라 수익을 좀 까먹기도 했다.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벌었으니 됐다. 늘 그렇듯, 잃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
지난 6개월 주가 차트. 위의 3개 기업에 주목했다. (출처: nasdaq.com)
2. 이진법과 확률
이 게임의 공략법은 단순하다.
절대 내 품에서 폭탄이 터지지 않게 하는 것.
뭐랄까, 투자는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 꾸러미를 품에 안고 있는 것과 같다. 목표지점에 던져 이익을 터뜨리거나, 안고 있다 손실이 터지거나.
모든 게 그렇지만 투자에선 더더욱 확률과 결과만 있을 뿐이다. 결과는 언제나 손실 or 이익 둘 중 하나이므로 이진법처럼 단순해 보이기도 하다. 마치 0(손실)과 1(이익)로 이루어진 기계어로 코딩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이진적 결과 뒤에 확률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문 투자자는 숙련된 공병(Engineer Corps 혹은 EOD)이다. 여러 정보를 취합해 어떤 폭탄이 어느 시점에 터질지가설을 세운다. 그리고 계속해서 확률을 재며 터뜨릴 위치와 시점을 결정한다. 혹은 반경 내에서 폭탄을 제거해 안전하게 만든다. 이들의 특기는 전략을 '기민하게' 조정하는 거다. 이런 기민한 공병이 게임에서 이긴다.
폭탄이 내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출처: Adobe Stock)
이 기민함이라는 게 하루종일 가격 그래프를 보는 행위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고도로 벼려낸 '감'이 필요한데, 이건 행운이나 찍어 맞추는 것과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이걸 만들기 위해 가치나 기술에 대한 이해, 정세를 읽는 눈 등 여러 지식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숫자에 대한 빠삭한 이해가 필수 조건이다.
주요 변수를 선출하고 조합하는 능력, 즉 패턴화 사고방식에서 수준 높은 감이 탄생한다. 감이 좋은 이들의 머릿속엔 성능 좋은 빅데이터 처리 모델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들은 매 순간 양질의 데이터를 밀어 넣고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며 때를 기다린다.
확률은 예측 알고리즘의 기본이기도 하다.
잘 예측하려면 결과 뒤에 숨은 확률을 알아야 한다.
3. 고민이 깊어진다
돈, 돌고 도는 돈.
돈 생각 안 하면서 살고 싶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MBTI가 ENTJ인데 N이 90% 이상은 되는 것 같다.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을 한다. 끈질긴 T 기질 때문에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해석하려 든다. '왜', '그래서', '때문에'가 정리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직 돈이라는 개념과 그게 내 삶에 행사하는 영향력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가 안 된다. 이 숫자가 얼마나 찍혀 있어야 할까? 이 숫자를 어떤 가치와 교환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안분지족이 가능할까? 무의미한 숫자 놀음을 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다가는 미래에 가용할 수 있는 기대 시간을 뺏긴다. 그래서 일단 열심히 돈 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똑똑한 이들은 이런 걸 명쾌하게 정리한다. 부럽다. (출처: Unsplash의William Felipe Seccon)
연봉을 높이기 위해,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을 쓴다. 펀더멘탈을 공부하고 미래 사회를 예측해 본다. 그런데 이 활동이 나 개인의 성장과는 조금 무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훨씬 창조적인 일이 있을 것만 같다. 나는 큰 그림이 아름답게 그려져야 즐겁게 실행하는 사람인데, 아직 해상도가 턱없이 낮다. 그래서 투자라는 게임도 썩 즐겁지만은 않다.
인생 공부가 부족한 탓이리라.
이 고민의 끝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지 궁금하다.
수익 인증
투자하면서 숙면을 못 취하고 자다 깰 때가 있다.
공부 안 하고 확신 없이 들어갔을 때 발생하는 증상인데, 그러면 그냥 돈 빼는 게 낫다. 잘 자려고 자산의 절반은 예적금으로 넣어둔다. 원화가치 하락을 알고 있지만 투자에 몰빵하기엔 이제 내 멘탈이 못 받쳐준다.
투자 잘하는 사람들은 고된 시련이 와도 묵묵히 자기 갈 길 간다. 마치 수행자 같기도 하다. 그리고 결국엔 그런 사람들이 폭발적인 수익을 거머쥔다. 진짜 대단하다. 나는 그런 위인은 못 된다. 언제쯤 그릇이 커질까.
지금 내 주식의 절반은 ETF다. 국장은 어려워서 나스닥 추종 ETF만 넣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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