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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동네가 너의 독서를 응원해!

미국 도서관 썸머리딩 프로그램

by 오모

학교 여름방학과 동시에 도서관의 여름독서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보통 6월 초부터 7월 말까지. 길고 뜨거운 여름을 학교 밖에서 보내게 될 아이들이 독서 습관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도서관과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동기부여와 보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각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 동네는 매일 읽은 책을 전용 앱에 기록하면 되는데 10일 꾸준히 읽으면 아이스크림 가게의 무료 쿠폰, 25일 읽으면 빵 쿠폰, 40일 꽉 채워서 읽으면 도서관에서 책을 선물 받는다. 그리고 추첨으로 로컬 식당, 놀이공원, 장난감 가게, 서점, 마트의 상품권을 선물로 받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온 동네가 아이들의 독서를 으쌰으쌰 응원하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어제 10일 꾸준히 읽기에 성공한 내 딸은 도서관의 데스크로 달려가 아이스크림 쿠폰을 받는 데 성공했다. 사서들은 마치 아이가 매우 어려운 시험에 합격이라도 한 것처럼 박수를 치며 쿠폰을 건네주었다.

“Keep Reading! (계속 읽으렴!)”

그렇게 아이는 아이스크림과 빵을 미끼로 책을 꾸준하게 읽는 여름방학을 보내는 중이다.


퀸즈 공공도서관 썸미리딩 프로그램


여름은 독서하기 완벽한 계절이다. 우리는 낚시 중 물고기가 지렁이를 덥석 무는 순간을 기다리며, 호수에서 수영하고 잠시 쉬는 동안, 잔디밭의 그늘에 앉아서 책을 손에 들었다. 나는 어린이의 손에 스마트폰이 아닌 책이 들려있으면 마음대로 그 아이의 독서생활을 응원하게 된다. 아이는 방학기간 동안 심심했고 덕분에 더 자주 책을 읽었다. 한 장 읽고 덮을 때도 있고, 앉은자리에서 한 권 모두 읽을 때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책을 읽기로 했다는 것. 지금은 그저 책과 좋은 친구로 지내는 연습을 하고 서로 신뢰를 쌓아 하가는 과정이니까. 또래 친구들과 경쟁 없는 환경에서 압박감이나 스트레스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스스로 선택한 책을, 원하는 만큼, 계속 읽어나가도록 격려하는 것이 썸머 리딩 프로그램의 미션! 우리가 어릴 때 학교에서 읽을 책을 정해주고 독후감을 써오라고 하는 순간 그 독서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숙제가 되었던걸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나는 독후감 숙제의 압박으로 인해 독서와 담을 쌓게 된 어린이 중 한 명이었기에 어린 시절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내가 다시 책과 친구가 된 건 독서에 대한 자유를 되찾은 성인이 되어서다. 프랑스 소설가 다니엘 페나크(Damiel Pennac)의 말대로 ‘읽다’라는 동사에는 명령형이 먹혀들지 않는다. 독서는 의무나 경쟁이 아닌 개인적 자유와 즐거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방학 동안 넘치는 시간과 자유 속에서 스스로 고른 흥미로운 그림책에 몰입하며 독서가로 자란다. 미국 도서관의 1인당 대출가능한 권수는 평균적으로 50권~100권으로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아이가 한 번에 빌릴 수 있는 한도는 100권) 일단 자유롭게 스무 권 정도 대출한 후 계속 읽고 싶은 책은 읽고, 더 이상 읽기 싫은 책은 반납하면 그만이다. 2주 동안의 대출기한이 지나면 예약자가 따로 없는 한 2주가 자동으로 연장된다. 덕분에 읽기 속도가 느린 아이도 여유롭게 완독과 반복독서가 가능하다.




도서관에서는 독서 외에도 만들기, 공연, 다양한 클래스를 열어 다방면으로 아이들의 참여와 독서를 격려한다. 여름이 되면 마을의 이곳저곳에 야외 독서 프로그램인 <Story Walk, 스토리 워크>가 설치되는데, 그림책의 각 페이지를 한 장씩 잘라서 플라스틱 패널에 넣은 다음 공원이나 산책로에 세워두는 것이다. 아이들의 야외활동을 촉진하는 동시에 야외독서가 가능하며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에겐 산책 중 만난 그림책은 집안이나 도서관에서 보는 그림책과 다르게 바깥놀이처럼 느껴지나 보다. 다음 페이지를 보기 위해선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그림책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 독서를 강요하는 대신 아이들의 활동반경 가까이 늘 그림책을 두어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것. 미국 도서관과 지역사회가 아이들의 독서를 응원하는 방법이다.



미국의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이 지역사회 아동의 조기 문해력 강화에 핵심역할을 하며, 아동 1인당 도서 대출량이 많을수록 독해 점수가 높다고 한다. 전자책을 보면 되는데 굳이 도서관까지 가서 무거운 책을 대출해서 봐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지난 2022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인쇄도서와 독해능력의 연관성’에 관한 보고서에서 종이책을 자주 읽는 학생이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2018 읽기 시험에서 디지털 전자책만 읽는 학생보다 평균 49점이나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고 나온다. 종이로 된 책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도서관. 지역 내의 공공 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독서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된 지역 또한 어린이 독서율이 높다. 미국에서 온 동네가 힘을 합쳐 아이들의 독서와 성장을 격려하는 이유다.



<참고문헌>

-소설처럼, 다니엘 페나크

-Lance, K. C., & Marks, R. B. (2008). The link between public libraries and early reading success. School Library Journal

-OECD. (2022). Does the digital world open up an increasing divide in access to print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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