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제한에 걸린 동글이는 규칙적인 시간 관리 연습 중입니다. 아이와 함께 의견을 나누며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고 싶었지만 아이는 쉬 약속을 잊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는 갈등합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스스로 시간 관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고민하는 것이 동글이가 아닌 엄마가 될 때가 많고, 절실한 마음 또한 엄마이기에 '게임 제한'이라는 초 강수를 두게 되었습니다.
그저 컴퓨터 사용을 제한하는 것으로는 동글이의 '게임에 대한 열망'을 잠재울 수 없었습니다. 결국 컴퓨터를 당분간 없애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동글이가 학교에 간 사이 컴퓨터를 치우게 되었습니다. 하교 후 집에 돌아온 동글이는 책상 위 컴퓨터가 사라진 것을 보고 당황스러워했습니다.
"엄마, 내 컴퓨터 어디 갔어요?"
"네가 시간 관리를 잘하게 될 때까지 당분간 컴퓨터를 치우기로 했어."
"그냥 약속을 정하면 되지 없앨 것까진 없지 않나?"
"컴퓨터 사용 시간을 두고 여러 번 약속을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치울 수밖에 없었어."
"약속을 잘 지키고 주말에만 하면 안 돼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최근 네가 작성한 약속도 잘 지켜지지 않았잖아."
"그럼, 핸드폰 게임은 할 수 있어요?"
"그것도 안돼!"
며칠 동안 동글이는 방황했습니다. 컴퓨터가 사라진 세상 속 동글이는 소파에서 뒹굴거나, 피아노를 뚱땅거리기도 하고, 같이 놀아달라 조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책이 좀 재밌는 것 같기도 해!"
"정말?"
"응. 심심하니까 책을 읽게 되네."
"오~ 정말 바람직한 현상이야."
이것은 어쩌면 '엄마가 원하는 말'일 겁니다. 사실 컴퓨터를 치웠던 목적이기도 했습니다. 너무 할 일이 없어 '책이라도 읽어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했거든요.
요즘 동글이는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데블스 플랜'에 꽂혀있습니다. 컴퓨터도,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는 동글이가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이 또한 엄마 마음에는 들지 않습니다.
저녁 8시,
학교 갔다 돌아온 동글이가 숙제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엄마는 TV 앞 동글이를 보며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동글아, 숙제는 했니?"
"아니, 아직..."
"잘 시간이 다가오는데 숙제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응. 할 거야."
"언제?"
"좀 있다가... 내가 알아서 할게."
'좀 있다가...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을 듣는 순간, 속에서 부글부글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어납니다. 한 마디 세게 던지고 싶었지만,
"동글아, 해야 할 일을 먼저 해놓고 TV를 봐야지."
"학교에서 거의 다 했어. 얼마 안 걸려."
"그래? 잘 됐네. 얼마 안 걸리니까 숙제 먼저 하자!"
최대한 친절하고, 감정을 뺀 음성으로 동글이에게 말을 건넸지만 소파 위 동글이는 시선조차 주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TV도 시간제한을 걸어놔야겠어."
"엄마, 정말 내가 알아서 한다니깐...? 아들을 좀 믿어봐!"
요즘 동글이가 잘하는 말입니다.
'아들을 좀 믿어봐!'
아들을 그냥 믿어주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한국 엄마들의 불치병이라는 '아이가 웃고 있으면 엄마의 불안 수치가 올라간다'는 말이 이제 좀 와닿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 결심했어! 더 많이 믿어보도록 노력해 볼게!'라고 되뇌지만, 아마 내일 아침이면 또다시 동글이에게 이야기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