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배에서 콕콕하는 느낌이 나는데 이번엔 진짜 임신인 것 같아!”
“자꾸 잠이 오는데, 이거 임신 초기 증상 아니야??”
매달 임신 초기인 것 같은 증상을 느낄 때마다 남편에게 말하는 내 단골 멘트다.
내가 느꼈던 모든 증상이 임신 초기 증상이었다면 브런치에 난임 일기가 아닌 임신일기, 육아일기를 작성했을 텐데.
지금 쓰는 글은 ‘그 모든 임신 극초기 증상들은 결국 생리 전 증후군이었다.’는 내용이다.
‘배란 n일차 증상’을 검색하여 글을 보게 될 누군가에게 절망이 되지 않길.
두세 달에 한번 꼴로 하는 불규칙한 생리여도 늘 생리 전 증후군은 있었기에 생리가 당황스럽진 않았다.
가슴이 아프거나 배가 싸르르- 아프면 ‘곧 생리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규칙한 생리를 미리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예고 증상들은 늘 고마운 존재였지만, 임신 준비를 하는 순간부터 ‘임신 극초기 증상’으로 느껴져 괴로웠다.
사람 마음이 참.
배란 유도제를 먹고, 초음파를 통해 난포의 성장을 확인했기 때문에 배란일(=숙제일)은 정확하다.
숙제를 잘했다고 가정하면 배란 후 14일부터 임신 여부의 확인이 가능하다.
이 2주는 설렘과 걱정으로 가득 찬 시기이자, 한 달 중 가장 더디게 흘러가는 시기이다.
배란일부터 시작되는 증상은 다양하다.
이전엔 느껴본 적 없던 ‘배 콕콕’ 증상, 난데없이 느껴지는 ‘복부 팽만감’, 유독 자주 생기는 ‘두통’, 자도 자도 풀리지 않는 ‘피로감’ 등.
착상통은 극히 일부만 느끼는 것이고, 테스트기에 반응하지 않을 정도의 극초기에는 임신 증상이 나타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아이를 기다리면서부터 내 신경은 작은 통증에도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나는 매월 스스로를
임신 테스트기보다 임신 신실을 빨리 알아챈
예민한 임산부
라 여겼다.
임신 테스트기로 확인하기에도 어려운 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증상을 검색하는 것뿐이다.
나와 같은 증상이었는데 임신이었다는 글을 보면, 작성자가 이후 쓴 글까지 정독하면서 ‘어떻게 해. 나도 진짜 임신인가 봐’ 호들갑을 떤다.
반대로, 임신 초기 증상을 느꼈지만 홍양이 왔다는 글을 볼 때는 나는 이 사람과 다른 케이스라는 생각으로 같잖은 위로도 건넨다.
“여보, 답답해서 죽는 게 나을까, 알고 죽는 게 나을까?”
“무슨 말이야?”
“아니 그냥~ 답답해 죽느니, 알고 죽는 게 낫겠지?”
“자기 마음이 편한 대로 하는 게 제일 좋지.”
“알았어. 고마워! 그럼 임신테스트기 주문해야겠다!”
“?!.... 또?”
임신테스트기로 가득 찼던 찬장의 한켠은 어느새 비어있고, 조급한 마음에 쿠팡 새벽 배송으로 임신테스트기를 주문한다.
약국에서 사는 것보다 저렴하고, 타 플랫폼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배송받을 수 있어서 임신 준비를 하며 쿠팡을 자주 이용한다.
배란 후 6일까지는 어느 정도 잘 참다가, 7~8일째부터 임신테스트기에 손이 간다.
난임 병원에서 난포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주사 영향이 빠졌는지를 본다는 핑계로 8일 차에 일반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한다.
선명한 한 줄이면 주사 영향이 빠졌다는 의미이므로 다음날(배란 9일 차)부터 본격적으로 얼리 테스트기를 사용하고,
희미한 두줄이 보이면 이틀 뒤(배란 10일 차)부터 사용한다.
보통 배란 14일 후에 테스트기 사용이 가능하지만, ‘얼리 테스트기’는 4~5일 더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일반 테스트기는 보통 hcg의 농도가 25 mIU/mL 이상일 경우 양성 반응이 나오고, 얼리 테스트기는 농도가 10~15 mIU/mL 이상에 양성 반응이 나온다.
수정에서 착상까지 평균 7~8일이 걸린다지만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
난포 성장도 느린 편이고 생리주기는 평균치를 훨씬 벗어나 있지만, 임신에 있어선 늘 내 몸의 주기를 평균 범위에 욱여넣고 넣고 테스트를 시작한다.
그리고 '내일 임신 테스트기를 사용해야지.' 마음먹은 순간부터 난 새벽형 인간이 된다.
임신에 대한 갈망은 내 몸뿐만 아니라 꿈속 깊이까지 뿌리내렸는지 두 줄을 확인하는 꿈을 꾸며 깰 때가 많다.
한 줄.
"자기야 거기서 뭐해..? 얼른 더 자야지. 들어와."
몇 분이나 지났던 걸까.
남편이 부르기 전까지 난 임신테스트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플래시도 켜보고, 사진을 찍어 밝기 조절도 해보며 보이지 않는 희미한 한 줄을 붙잡고 긴 새벽을 보낸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두 줄이 보일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접어두고, 남편의 팔에 안겨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내일은 두 줄이 보일 거야. 착상이 늦어서 아직 안 보이는 거야.’
기대와 걱정, 좌절과 우울을 반복하다 보면 생리가 시작된다.
‘혹시 이번 달에 임신이 안되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야지.’
'이번엔 꼭 생리 예정일에 테스트기 해야지. '
마음을 내려놓자고 늘 다짐하지만, 나도 모르게 높게 쌓아 올려진 마음은 늘 무너져서 나를 덮친다.
그렇게 1년.
분명 기쁘고 행복한 일도 많았는데, 1년을 되돌아보면 임신 여부를 확인하면서 좌절하던 내 모습만 덩그러니 남은 것 같다.
아이를 갖기 위해 이렇게 스트레스받으며 사는 것이 맞는지... 여전히 아이는 원했지만, 그만하고 싶기도 했다.
남편과 다음 단계를 고민해보았고,
새로운 도전에 앞서 휴식이 필요한 나는 한동안 병원에 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