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3
이제는 거의 20년을 알고 지낸 동생을 의대 건물에서 잠시 만나고 저녁 모임 장소를 향해 캠퍼스를 가로질러서 걸어가던 중이었다.
캠퍼스의 중심부인 쿼드를 지나 그린 도서관에 다다랐을 즈음, 자주 다녔던 길이 막혀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교육대학원 건물이 있던 자리에 큰 공사를 하는 모양이었다.
친구랑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오후에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면서, 밤에 혼자 산책을 하면서 수도 없이 지났던 길이었다.
“학교는 다시 들리니까 어때”라고 물어보면 이번에도 “캠퍼스는 그대로네”라고 말했지만, 크고 작은 변화들은 어김없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자신도, 짧은 방문 동안 만난 친구들도 삶의 여러 변화 가운데서 중심을 잡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보여서일까. 그대로가 아닌 것을,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랐다.
사람은 변하더라도 장소는 그대로 있어주기를 원했다. 장소에 대한 기억은 그 공간을 공유한 사람과 분리할 수 없으니 애초부터 불가능한 기대를 했던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담대하게 마주하기보다는, 돌아오지는 않더라도 한때 손에 잡혔던 과거를 찾는 것이 아직은 더 익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