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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Dec 29. 2023

분리수거

이것도 집착인가.

일주일에 한 번씩 반찬을 산다. 반찬은 일회용 용기에 담아져 있어 식성대로 쉽게 골라 담을 수 있다.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퇴근할 때면 발걸음이 가볍다. 반찬을 사게 된 이유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반찬을 만들기 위해 산 재료는 날이 갈수록 쓰레기로 버려졌다. 메뉴를 정해서 장을 보고, 재료를 보면서 반찬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음식 솜씨가 없는 나에게 요리는 과제이고 짐이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미루지 말고 반찬을 꼭 만들겠다고 다짐하지만 작심삼일이었다. 그래서 반찬을 사서 먹게 되었다.


“이거 한 번 도전해 볼까?”

반찬을 먹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양이 적어서 금세 사라지는 반찬, 원재료 값을 계산하면 반찬가게의 반찬양이 턱없이 적었다.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 원가 절감을 위해 필요한데 그 맛이 날지 망설여졌다.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해 보니 맛은 성공했지만 양 조절에 실패했다. 만들고 나면 처음이야 맛있지만 먹다 보면 질리게 되는 양. 조금 해서 맛있게 먹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우렁쌈장과 무뼈닭발, 고추양념무침은 깊은 손맛이 들어간 반찬이기에 사 먹는 것에 만족하련다.


일회용 용기에 묻은 빨간 양념이 씻기지 않았다. 득이 있으면 실이 있다고 했던가. 일회용품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점점 용기가 깨끗하게 씻기지 않았다. 잘 씻기지 않아 분리수거가 아닌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경우가 늘었다.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유리병을 버릴 때 반드시 속을 비우고 라벨을 제거하여 분리수거하려 했다. 남편은 그렇게까지 씻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분리수거 통에 혹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은 게 있으면 절대 밖으로 배출하지 않았다. 일본은 가정에서 이런 분리수거가 철저해 국비를 절약한다고. 나도 국비 절약에 한몫하고 싶었다.


우리 아파트는 세대수가 작다.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겠다는 수거업체의 협박에 시달리곤 했다. 쓰레기를 버리지 못해 아파트에 쌓인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그 후 나 홀로 분리수거 운동을 하고 있다. 집안 쓰레기는 나를 통과한 후 분리수거함으로 들어간다. 행여 쓰레기통에 깨끗한 비닐봉지가 담겨 있으면 집이 떠내려갈 듯 시끄러워진다. 이것도 집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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