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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Jan 29. 2024

프로그램 오류

매일 하루 계획을 세우고 돌아보는 시간은 지루한 일상이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어떤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하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도는 컴퓨터의 버퍼링처럼 여러 가지 일을 앞에 두고 멈춰버렸다. 오류의 흔적은 주변 곳곳에 나타났다. 집안 가득 쌓이는 책과 빨래처럼 회사에 서류더미와 먼지가 쌓였다. 안과 밖이 똑같다고 했던가. 매일 지치도록 일을 하지만 주변 정리가 되지 않았다. 더 이상 이대로 안 되겠다 싶었지만 해결방법을 알지 못했다.


우연히 읽은 이덕희의 『호메시스』는 복잡했던 마음을 한 번에 정리해 주었다. 지금 내가 가진 고민과 전혀 상관없는 의학 도서였는데. 건강과 질병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중요한지 과거에서 현재, 미래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지루한 일상에 답답해하는 나처럼 저자의 첫 이야기도 ‘지루한 일상’이었다. 지루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 시간 똑같은 일을 하고 익숙하여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아도 그 일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누구는 지루해도 안정을 추구하고 누구는 지루한 걸 이겨내기 위해 시도를 추구한다. 넘쳐나는 의학 정보에 노출되어 갈팡질팡 하고 있는 나에게 건강하게 사는 법을 일깨워주었다.


건강과 질병은 직결되어 있다. 직결되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어려운 의학 용어가 나오면 머리가 아파 의학 관련된 책은 쉽게 읽지 않았다. 마흔이 지나고 이유 없이 아파 병원에 가면 별다른 진단 없이 운동하라는 말만 했다. 이곳저곳이 불편해서 시간 들여 어렵게 간 병원인데 결론은 운동뿐. 원인 모르는 처방전은 나를 운동시키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호메시스는 운동하고 잘 먹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명백한 예시를 보여주었다. 블랙박스로 나를 들여다보듯 내 주변 아팠던 가족을 떠올렸다. 잘못된 환경과 습관에 나와 가족이 노출되어 있다는 게 보였다.


내 일상이 녹화된 블랙박스를 용기 내 켰다. 뒤죽박죽 되어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했지만 하나씩 묶어보았다. 운동, 식단, 스트레스, 집안일, 가족, 대화, 관계, 꿈꾸기. 백세 시대 건강하게 살고 싶다. 이제부터 나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방법을 쓰고 순서를 정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가 아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할 수 있는 행동 범위에서. 매일 하루 계획을 세우고 돌아보는 시간은 결코 지루한 일상이 아닌 나의 건강과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블랙박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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