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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Nov 12. 2024

 [도서 리뷰]최명숙 《숨은그림찾기》

무엇을 찾고 있니

 


   찾고 또 찾았다. 막막한 삶이지만 살아가고자 포기하지 않았다. 막연하다는 감정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최명숙 작가는 『숨은그림찾기』에서 불안정한 심리의 주인공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제각각 벌어지는 사건 속에 공감하다, 어느 부분에선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답답하기도 했다.


    질문하며 책을 읽으라고 했던가. 제목에 끌려, 숨은 그림을 찾겠다고 부린 욕심은 올가미가 되어 나를 가두었다. 작가는 나의 이런 생각을 의도한 것처럼 예상치 못한 전개로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소설은 어떻게 읽어야 잘 읽는 것일까. 읽다 홀로 공상에 빠졌다. 상상은 빗나가기에 매력적인가. 소설을 읽으며 소설 쓰고 있는 내 모습에 헛웃음이 났지만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를 찾으려는 내가 보였다.


    예쁜 책표지는 책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발걸음을 붙잡았다. 깜깜한 숲길에서 빨간 모자 쓴 소녀는 무엇을 찾고 싶었을까. 희미한 불빛이 반짝이는 2층 창가에 서 있는 토끼, 환한 보름달 비치는 나뭇가지 위에 선 부엉이, 줄기에 매달린 무당벌레까지. 어린 시절, 그때도 숨은 그림을 다 찾아야 과자를 먹었다. 과자 다 먹고 숨은 그림 찾던 형제에게 과자를 뺏겼지만 습관은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한 가지가 완벽하게 끝나야 다른 일을 시작했다. 작가는 『숨은그림찾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품마다 벌어지는 상황이 다른데 난 왜 비슷하게 해석하고 있을까. 거꾸로 생각하고, 반대의 입장이 되어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뜻하지 않은 일은 소설보다 일상에서 더 쉽게 일어난다, 미처 모를 뿐. 계획대로 행동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 성격 탓에 짐작과 달리 전개되는 방식이 초조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포기한 듯 즐겼다. 어리석게 단정 짓는 나에게 소설 속 인물들은 너그러이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소설은 문학이 지닌 자유로움에, 실제로 일어날 법한 사건을 입히고 그에 어울리는 작가의 의도까지 더해진다. 작가는 대인이어야 한다. 독자가 읽고 제멋대로 해석해도 존중해줘야 하니 말이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난 어떤 소설을 써볼까.


    작가가 의도한 게 이런 것일까. 그녀는 평범한 우리네 이야기에 해석을 달리해 풀어내고 있다. 어머니에게 듣고, 할머니에게 들은 법한 이야기, 친구에게 듣고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야기를.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눈을 크게 뜨고 꼼꼼히 읽지 않으면 작가가 숨겨 놓은 보석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밤새 찾느라 눈이 빨개지고, 다크서클이 생기는 독자는 없기를 바란다. 밤이 길어지는 겨울,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읽기 좋은 책이다.


    숨은그림찾기, 달빛, 아주 진부한 것들의 목록, 열쇠, 유를 찾아서, 두 여자 이야기, 두 남자 이야기, 합장, 파리가 쏘아 올린 사랑방정식. 소제목들이다. 이 중에 혹 끌리는 제목이 있다면 읽기 전 상상을 해보자. 읽어내려가며 상상의 퍼즐이 얼마나 맞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모든 작품을 읽는데 가독성이 좋았다. 특히 <열쇠>는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순간적으로 바뀌는 속도가 단편이라 긴박했다. 그러다 보니 흐름을 따라가느라 열쇠에 담긴 의미를 발견하지 못해, 다시 읽고 써 보았다. 문득 회사 동료 은석과 나눈 사랑이 삶의 전부였던 주인공의 아픔이 보였다. 고향에서 찾아온 엄마가 꺼낸 아버지 열쇠 이야기는 남편처럼 딸은 잃을 수 없다는 강한 의지였다. 커피 할머니의 커다란 자물쇠는 맞을 열쇠가 없을 거 같았고, 마지막 그녀의 양평 세컨드하우스의 문을 열고 들어가 죽은 남편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주인공 ‘나’. 이런 퍼즐이 맞춰지려면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할까. 이론만으로 할 수 없는 게 바로 공감일 것이다.


    죽은 남편 이야기 끝에 새로운 사랑을 떠올리는 그녀. 그녀는 숨은 그림 속에 있는 하나의 그림을 찾을 수 있을까. ‘나’는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찾을 것 같은데…. 아무튼 ‘나’의 견고한 자물통을 열 수 있는 건 ‘정우’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열쇠가 아닐까. 최명숙 작가는 문예창작학과에서 글쓰기를 가르친 선생답게 소설이 정직하다. 이렇게 쓰는 게 소설인가. 괜히 써보고 싶은 의욕이 움튼다. 혹 이 소설집을 소설 쓰기의 교재로 활용해보고 싶다면 최명숙 작가의 산문집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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