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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낢 Feb 15. 2024

이효리도 혼자란다

국민대 졸업식에서 이효리가 치티치티뱅뱅을 라이브로 불렀다. 아무도 믿지 말고 스스로를 응원하라는 98학번 언니의 말은 진심이다. 이제 겪어보지 않은 일이 별로 없다는 77세 윤여정배우도 세상이 나에게 다정할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라고 조언한다. 물 좋고 산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고.


위로와 회복이 전 지구적 과제가 될 만큼 사는 것이 팍팍하다. 지금보다 더 가진 세대가 없었을 만큼 풍족한 시대에 살지만 그래서 개인은 더 초라하고 위축된다. 불운하고 우울한 사람들은 컴컴한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 현실에서 도망치거나 미라클 모닝을 외치며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두 부류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매일 새벽운동 인증샷을 찍어 공유하고 북클럽에서 자기계발서를 읽는 사람들도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엔 벽에 부딪힌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패했다며. 나는 억세게 운이 나쁜데다 세상은 내 편이 아니라고. 


우리는 곧잘 스스로를 남과 비교한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표현도 비교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그리고 이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쉽게 말한다. 다시 말해, 누군가 힘있는 세력이 나서서 도와주어야 개인의 불행이 끝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효리 말대로, 인생은 독고다이. 믿을 사람은 나뿐이다. 가족처럼 다가와 도와주는 사람들은 오히려 조심해야하는 것이 인생이다. 시속 1,600km로 도는 지구에서 안 떨어지고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중인데 누가 누구를 도울 수 있겠나. 


범인이 보기에 온 우주가 돕는 것이 분명한 이효리도 인생은 외롭고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의 삶이 쉬워야할 이유가 없다. 오늘도 힘들고 내일은 더 힘들 수도 있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를 믿으라고 한다. 나를 가장 사랑하고 나의 성공을 가장 간절히 응원하는 것은 내 안에 살고 있는 나 뿐이라고. 


그 과정에 조심할 것은 우리가 마음의 소리라고 믿는 목소리 대부분은 부모의 목소리라는 점이다. 어릴 적 엄마에게 들었던 모진 말들, 아버지의 말없이 떨어지는 시선이 마음 깊숙히 남아 목소리를 낸다. 극으로 몰아세우고 더 잘 해나라고 다그친다. 실패를 책망하고 실망을 드러내며 좌절의 길로 몰아가는 그 목소리는 절대 나의 것이 아니니 안심하시라. 나를 가장 사랑하는 나는 남보다 뒤쳐져서는 안 된다고 약해지지 말라고 윽박질러 주저앉히려 하지 않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타이르고 내 길을 찾을 것이라고 북돋아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는 희망을 준다.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스스로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 주기를 권한다. 메이크업 없이 셀카 찍고 자랑하는 이효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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