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이는 왜 그럴까.

by 안이온
툭하면 막내를 걸고 넘어지던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직장에서 신입은 고달프다. 모르는 것 투성이에 어색하기 그지없는 회사생활도 충분히 힘든데 선배들 기싸움에 애꿎은 신입만 등이 터진다.


누가 MZ세대는 주위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다고 했는지. 이제 막 첫 직장을 찾은 MZ세대는 20년쯤 전 우리가 첫출근하던 날과 마찬가지로 떨리고 긴장되는 하루, 한주, 한달을 보낸다. 보통 길게는 6개월까지 ‘신입’딱지를 붙이고 눈치구덩이로 몸둘바없이 겉도는데 안타깝게도 이 난관에서 이들을 구해줄 사람은 없다.


미생이나 스타트업 따위의 드라마에 나오는 인생 선배사수는 실상 현실세계에서 평생에 한 명 만나기도 어렵다. 그야말로 우리 모두는 미생이기에 각자도생하기 바쁜 현대 사회에서 누가 누구를 챙겨준단 말인가. 어떻게든 자기 앞가림을 하고 하루빨리 ‘경력자’가 되는 수밖에.


아무도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고 해서 누군가가 단계별로 어떤 일을 해야할지 요점정리해서 다정하게 첨삭지도해주지 않는다. 각자 자기 일 하기에도 다급한 현실직장인들은 신입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버린다. 버려진 신입이 좌절하든 퇴사하든 큰 관심도 없다. 그저 허둥지둥 사고를 몰고다니는 신입이 한심할 뿐.


신입은 필요에 의해 충원된다.

기업은 기존 인원으로 충분히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는데 신규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다. 기존인원이 불평하거나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이에 대한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사업확장을 위해 감당할 수 없는 업무 공백이 생기거나 중대한 백업이 필요해졌을 때 매우 보수적인 관점에서 충원을 허가한다. 열명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칠 때 세명을 겨우 충원한다는 뜻이다. 그 이후에 벌어질 일은 불보듯 뻔하다. 굶주린 사자 우리에 병아리 세마리가 던져졌을 때 병아리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까.


너무 유능해도 너무 멍청해도 안 된다.

신입은 신입다워야한다. 적당히 서툴고 적당히 센스있어야 사랑받는다. 날 때부터 센스를 타고나는 행운아를 제외하면 직장에서의 센스는 예습과 복습에서 나온다. 오늘 내가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업무메일을 정독하라. 참조된 메일, 참조되지 않은 메일, 새로 공유된 서류,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정독하고 귀에 들리는 모든 말을 받아적고 소리내어 읽어보라. 단어와 문장, 말하는 방식과 문서를 표현하는 방식들이 익숙해지면 최소한 흉내내기가 가능해진다. 외국어를 처음 배우듯이 달달외우고 낯선 단어들과 친숙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모둔 이메일이 어떻게 답할지 속으로 생각해보자. 그리고 최소한 1-2주는 답안체크를 하듯이 전임자들의 답 메일을 찾아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고객의 메일 내용에 대해 보고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하는 것이 센스있는 신입이 하는 일이다.


주제를 알라

조심할 일은 지나치게 유능해서 선배의 다음 행동까지 넘겨짚거나 선배에게 어떤 의미로든 다음 행동을 지시하거나 제안해서는 안된다. 선배에게 기발한 제안을 해서 신임을 얻었다는 일화는 웹툰에나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 신입의 제안은 기발하게 여겨지지 않으며, 용기는 가상하지만 한계를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또는 정말로 기가막히게 운이 좋아 후배를 진심으로 대하는 선배를 만났다면 그에게 처음 실망하는 기회가 될지 모르니 주의해야한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든 신입을 경험한다. 학교나 회사 밖에서도 운동을 시작해서, 새 동네에 이사를 가서, 결혼을 하게 되어서, 아이를 갖게 되어서,… 오히려 스스로의 결정이 아니라 외부 환경에 의한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더욱 난처하고 거북하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스로 견딜 수 없을만큼 힘들다고 느낄 때 아주 드물게 신입이기 때문에 설레는 경험을 떠올리기 바란다. 첫사랑이 서툴어서 매력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정복할 미지의 무언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직 이해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은 언제나 우리를 흥분시킨다. 신입의 열정이라고 표현하는 호기심과 탐구심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그 시기의 무기라는 것도 강조하고 싶다. 오늘 자존감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면 내일 다시 시작할 것이 있다는 뜻이다. 신입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위로할 변명거리가 있다는 것도 여러분이 가진 유용한 도피처이다. (물론 밖으로 내뱉는 순간 영원히 헤어날 수 없는 편견을 짊어지게 될테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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