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과 자존심
연애상담이나 그 해결책들을 듣다 보면 단골처럼 나오는 단어들이 있다. 바로 자존감과 자존심이다. 익숙한 단어들이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안다고 하기에는 너무 추상적이다. 또 생김새는 비슷한 단어들이지만 느껴지는 어감은 어딘가 다르다. 이처럼 추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단어의 의미를 명확히 뜯어보고 구분짓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의미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두 개념을 적절히 구분해 적용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연인관계에 있어서는 천사와 악마가 된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연애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두 의미를 본격적으로 구분해보자. 보통 이런 경우 사전의 의미를 먼저 참고한다. 하지만 내가 찾아봤을 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은 없었다. 영어사전에서는 두 단어를 모두 'self-esteem'이라고 표현하며, 국어사전에서도 의미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럴 때 좋은 방법은 두 단어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쓰이고 있는지를 비교해보는 것이다. 나는 포털사이트에서 자존감과 자존심을 검색해보았다. 아래 검색결과를 통해 사람들은 자존감을 높이고 싶어하고, 자존심은 줄이거나 없애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자존감은 긍정적인 것으로 자존심은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보다 면밀하게 두 단어를 뜯어보자. 자존감은 자아존중감이라는 말과 궤를 같이한다. 자아존중감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가치판단이다. 그러니까, 그 근거가 자기 자신에게 있다. 다른 사람이 어떻다고 말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자존감이다. 자존심도 마찬가지로 스스로에게 내리는 가치판단이다. 하지만 그 근거가 상대방에게 있다. 상대방과 비교해 자신이 더 나은 점을 찾아낸다. 이런 비교는 열등감에서 시작된다. 상대방보다 어딘가 부족하다는 열등감, 그리고 이를 감추기 위해 더 나은 점을 찾고 이것이 자존심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존감은 나를 위한 것이고, 자존심은 남을 위한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자존감도 존중할 줄 알기 때문에 자존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들에게 이는 불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자존심도 없냐?’ 이 말은 참 안타깝다. 누군가는 자존심이 필요 없을 수도 있는데, 이를 마치 찌질한 것처럼 표현하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누구보다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연애에서 흔히 싸우는 이유도 자존심 때문이다. 남자의 자존심, 여자의 자존심, 별의별 자존심을 갖다가 서로를 열등하다고(틀렸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자존심은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 상대방을 자극할 뿐이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우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시 말해,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존심을 덜어내야 한다. 그래야 그만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자존심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욕심을 비워야 한다. 열등감은 보통 욕심에서 나온다. 욕심은 '나는 갖고 있지 않지만 상대방은 갖고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를 비워내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이렇게 욕심이 비워진 후 자존심을 덜어낸다. 이는 어렵지 않다. 상대방이 가진 것을 상대방의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돈, 외모, 성격, 가치관 무엇이 되었든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영역이다. 설득할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상대방에게서 열등감을 찾지 못하니 더 이상 자존심이 생겨날 이유가 없다. 마지막은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상대방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의 장점은 잘 찾아냈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나에 대한 장점은 찾아내지 못할까. 사실 이는 사회문화적인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는 자랑보다는 겸손을 더 큰 미덕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자랑과 자신의 장점을 장점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자랑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에서 나온다. 즉 열등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인정하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라도 좋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장점임을 판단하는 것은 남이 아닌 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1. 욕심 비우기
2. 자존심 덜어내기
3. 스스로를 인정하기
사실 자존심도 쓸데 없는 감정은 절대 아니다. 축구 경기나 전쟁에서 자존심은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이겨내고자 할 때는 정말 강력하다. 하지만 사랑과 연애는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관계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에게 확신할 수 없으며, 나를 사랑하는 상대를 믿지 못하게 된다. 결국 남을 사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랑이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