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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sm Aug 18. 2021

짧은 말, 긴 마음

오늘의 순간#3

-탁. 탁. 탁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시계 소리가 고요한 방안을 가득 메운다. 적막에 싫증이라도 났는지 심장은 시계 박자에 맞춰 움직인다. 어느덧 벌써 11시지만 심장은 잠에 들 생각이 없다. 더욱더 빨라지는 춤사위는 어느덧 내 손목에서도 느껴진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된 밤이었다. 잠들기 전 먹구름으로 가득 찬 너의 글을 읽었으니까.


스마트폰의 발전은 사람을 더 가깝게 연결시켰다고 하지만 나는 너와 더 멀어지고 있었다. 네가 내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나는 더 멀어지려 애썼다. 프로필, SNS, 전화번호 모두 다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내 눈과 손은 의미 없는 피드 더미 속에서도, 너의 이름을 정확히 찾아내어 멈추고 말았다.


그래서 딱 6초만 보고 넘긴다. 3초만 보고 넘기기에는 정말로 멀어지는 것 같아 싫고, 8초를 넘겨 보기에는 내 마음을 들킬 것 같아 부끄러웠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네게는 그렇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지 않을까라는 슬픈 생각이 조금씩 커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벌써 10초를 넘겼다.

부끄러움과 슬픔 따위를 느낄 새도 없이 내 감정은 너의 한 단어에 넘어가고 말았기 때문이다.


'힘들다'


누구나 당연히 느끼는 이 세 글자는 너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내가 아는 너'에게만 어울리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바라보던 너는 항상 해질녘 노을만 같았으니까. 곧 있으면 어둠이 다가올 것을 알면서도 두렵지 않은 듯 세상을 활활 빛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하늘조차 언젠가는 먹구름이 끼고 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나는 잊고 있었다.


나는 네가 궁금하다. 어떤 어려움이 지금 너를 감싸고 있을까.

나는 네가 생각난다. 어떤 불꽃을 태우며 아등바등 벗어나려 하고 있을까.

나는 네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어떤 마음을 갖고 네게서 멀어지려 하는지, 그러니까 새벽에 일어나 오지 않은 너의 답장을 확인하고 혹여나 놓칠까 소리를 최대로 키워두고. 이런 마음으로는 너의 옆에 머무를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런 거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금 너는 혼자서 비를 맞고 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작은 우산 하나 씌워주는 일이니까.


오늘이 끝나기까지 30분이 채 남지 않았다. 너에게 할 말을 떠올린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힘이 되는 말. 그렇다고 슬픔을 들추지 않고 너를 편안하게 만드는 말.


갑작스런 소나기를 피해 잠시 머무르는 나무의 그늘처럼 너에게 작은 힘이 되고 싶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몇 마디일지라도, 너에게 힘이 되고 싶다.

   


"뭐해?"

"무슨 일 있어?"



-짧은 말에 담긴 긴 순간, 끝-


*본 이야기는 허구이며, 작가의 창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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