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3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by 알럽윤

3.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아침 7시. 알람이 울린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7시에 울렸던 알람이었다.

이 알람이 울리면 항상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서 출근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잘린 후에는 이 알람을 보는 게 짜증이 났다.


그 알람을 보자마자 입에서 욕이 먼저 나왔다.

여러 가지의 감정이 들었다.


‘출근도 안 하는데 일찍 일어나서 짜증 나네.‘


‘일찍 일어나서도 할 게 없는데 짜증 난다.’


‘아 이제 뭐 하냐.‘


여러 감정이 휘몰아치면서 결국 잠에서도 깨버렸다.

평소 같으면 한번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칠 텐데 눈이 금방 떠졌다.

심지어 푹 잤는지 개운하기까지 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어이없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한참 동안 방 안에 천장을 바라보면서 누워있었다. 정말 누워만 있었다.


‘일단 내 밀린 월급 언제 받을 수 있는지 카톡 보내놓자.’


‘아! 실업급여 신청해야지!’


’ 이전에 썼던 이력서랑 자기소개서 어디 저장해 놨지?‘


여러 가지의 생각이 휘몰아치더니 벌떡 일어나게 되었다.

오전 9시에 나도 모르게 일을 시작했다.


매일 회사에 출근하면 했던 ‘해야 할 리스트’를 빈 노트에 적었다.

노트에 적고는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는 회사에 출근하면 항상 아침에 먹었던 커피가 생각이 났다.

부엌에 가 커피를 한잔 내리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했다.

세무사님께 ’ 권고사직으로 사직 처리해 주세요.‘라고 업무 카톡을 남기고 대표님께는 체불 임금 금액과 상환을 어떻게 하실 건지에 대한 내용의 카톡을 남겼다.

그리고 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수정하였다.


한참을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계를 보니 정확하게 12시였다.

휴대폰의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보면서 ‘몸의 시간은 정확하구나.’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창문 밖으로 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즐겁게 들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도 저 사람들처럼 밖에서 웃으면서 밥을 먹었는데…’


예전에 당연했던 모든 날들이 지금은 당연하지 않은 일이 돼버린 현실이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그리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려고 지금은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내 ‘물경력’으로는 과연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있을까?


컴퓨터 화면에 켜진 내 이력서를 보면서 한숨만 나왔다.

만약 내가 ‘내’가 지원한 회사에 인사 관련 담당자라고 했을 때 ‘내’ 이력서를 보면 한숨만 나올 거 같다.

그런 생각에 나는 다시 내 이력서를 지우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재취업이 가능할까?


그리고 세무사님께서 연락이 왔다.

퇴사처리 되었고 내일 실업급여 신청하러 고용센터가 방문하라는 카톡이었다.


하지만 대표님은 그날 하루 종일 아무 답변이 없었다.


아직 정산 안된 내 월급.

물경력인 내 이력서.

이제는 취업이 힘든 내 나이.


모든 게 다 최악인 것만 같았다. 내 자존감을 다 무너뜨리는 생각들.

인생을 잘 못 산거 같은 내 인생.


이 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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