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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빵 Oct 14. 2021

[리뷰] 영화 : 꿈의 제인

불행한 얼굴로, 뉴월드에서

저는 태어날 때부터 진실하지 않았어요

제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함은 무슨 가치를 지니기에 우리를 이토록 아프게 할까. 무리에 속하고, 무리의 기준에 적합하고, 무리의 상식선을 벗어나지 않으며, 무리에서 사랑을 받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우리는 사회하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나의 무리가 더 넓은 범위의 무리에 속하고, 더 넓은 범위의 무리에 적합하고, 더 넓은 무리의 상식선을 벗어나지 않으며, 더 넓은 무리에서 사랑받는지는 또 의문이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속하고, 나의 기준에 적합하고, 나의 상식선을 벗어나지 않으며,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아는지도 하나의 고민이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진실이라고 믿죠

그렇게 제 존재는 언제나 거짓이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사람들에게 자신을 부정당해왔다고 말하는 제인. 범죄자는 재판을 받고 형을 살면 다시 사회에 녹아들어 산다. 하지만 제인은 이렇다 할 죄목도 없이 자신이 결정한 적 없는 겉모습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수의 무리에게 쫓겨나 사람들이 잠든 밤의 지하에 내몰려 산다. 무리에 돌아가려면 무리가 정한 규칙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자신이 자신이기를 포기하고서 말이다. 나를 나라고 말할 수 없는 딜레마에 갇힌 그녀는 그저 조용히 주어진 비극을 곱씹으며 달빛 아래에서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다.




저는 어찌할지 몰랐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 곁에 머물 수 있는지 몰랐죠




온전한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찾는 건 그리도 큰 욕심일까. 결국 무리를 위해 나를 포기한다면 저 행복할 수 있을까. 집을 제공하는 통칭 아빠를 주축으로 모인 청소년들은 팸이라는 무리를 만들어 함께 돈을 번다. 길거리에 홀로 멀뚱히 서서 언제 갑자기 사라질지 모르는 하루살이로 살 수 없기에 아이들은 뭉쳐야 했다. 물론 이 작은 사회는 집이라는 가장 중요한 권력을 가진 아빠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한다. 비록 나의 상식에는 엇나가더라도 무리에 속하려면 얌전히 따라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 무리는 더 큰 무리 속에서는 존재하는지조차 잘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관심도 받지 못하는 마이너라도 혼자 남지 않기 위해서 소현은 우선 그래야 했다.




'넌,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 거야

왜냐면 넌 사랑받고 싶어서 누군가를 사랑하거든'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아무리 홀로 고고하게 자신을 지키려 해도 누군가의 차가운 눈빛을 받으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만다. 나는 괜찮다고 세뇌를 해봐도 외로움이란 감정이 자신을 집어삼키는 것을 막지 못한다. 그래서 남에게 기대게 된다. 내가 걸어가는 길이 맞다고 토닥여줄 한 마디를 바라게 된다. 사회는 그 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해 자신의 손에 쥔 병정 인형을 움직인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차마 보기 불편하고 기분 나쁜 현실이 파생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최대한 스포트라이트를 이상적인 현실에 비추고, 화려하고 퇴폐적인 라이트로 무서운 골목을 치장하며, 칠흑 같은 어둠으로 구역질 나는 하수구를 보이지 않게 하면서.




어쩌다 한 번 이렇게 행복하면 됐죠

그럼 된 거예요

https://tv.naver.com/v/1671355

여러 가지 논란도 탈도 많은 영화기에 리뷰를 쓰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나의 의도가 이 영화의 흥행과 홍보를 위함이 아니라 현실에서까지 불행을 휘감고 있는 이 영화의 대사들이 너무 적절해서라는 점을 밝히면 괜찮을 것 같아서 그러기로 했다. 영화의 전개는 느릿하고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도 단조롭기에 재미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애써 모르는 척 입을 다무는 어떤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이 갈지도 모르겠다. 물론 영화를 보기 전에 관련 논란을 충분히 찾아보고 고민해보길 바란다. 잠들지 못하는 밤을 바라보며 오늘도 불행하게.




자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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