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 시인의 동시 '감자꽃'이다.
예전에 그려 논 고구마 꽃을 보면서 왜 뜬금없는 감자꽃 생각이 났을까.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내 무의식속엔 감자와 고구마는 밥대신 끼니를 담당한 구황 식품이면서 이름을 서로 바꿔 불러도 무방했다. 감자꽃 동시는 시에 멜로디가 입에 붙어 노래처럼 흥얼거리다 외우게 된 동시다.
시인은 혹시 고구마 꽃을 봤을까. 어쩜 못 봤을 수도.
만약 봤다면 입에 붙는 감자꽃 시처럼 고구마 꽃 시도 혀에 착착 감기게 지었을지도 모르겠다.
연하디 연한 연분홍 꽃잎에
수술 쪽은 진보라로 그라데이션한 듯 수수하게 예쁜 고구마꽃, 얼른 봐도 나팔꽃이랑 메꽃과도 참 많이 닮아 있다.
고구마꽃, 좀처럼 보기 어려워 사람들은 100년에 한 번 필동말동한 꽃이어서 고구마 꽃 보면 행운을 안은 듯 상서로운 꽃대접을 했다는데, 웬일인지 요즘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귀한 고구마 꽃사진이 온라인 상에서는 흔전만전하다.
온라인 상의 숱한 사진 중 그리기에 맞춤한 사진을 찾아 보면서 이젠 더 이상 귀한 꽃이 아닌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이유가 이상기온 때문 이란다. 토양이 오염되고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가 더워져 온난화 현상에 의한 징후라니 귀한 고구마꽃을 어렵잖게 볼 수 있음을 마냥 좋다고 해야 할지 어쩔지 모르겠다.
그래도 도시에선 귀하디 귀한 꽃.
천변을 걷다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메꽃이랑 나팔꽃을 보면
고구마꽃 본 듯 무지 반가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