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술 마시는 사람이 없으니 어쩌다 소주나 맥주가 생기면식물들 차지다. 기꺼이 식물에게 준다. 가끔 약국에서 판매하는 소독용 알콜을 사 쓰기도 하지만 인체에 해가 없고 식물들에게도 좋으니 베란다 식물들에게 살충제나 소독제로 이만한 것도 없다. 주당 친구가 떠오른다.
오롯이 기승전 소주파인 친구가 이 사실을 알면
피같은 소주를 식물한테 준다고왈가왈부하며
손사레칠 일이지만 내 맘대로 가드너인 나한테
소주는 늘 옳다.
여기서장난스레 생기는 궁금증 하나
식물도 음주가무를 좋아할까.
어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바흐를 어느 식물책에서
식물도 바흐를 좋아한다해 밑줄그은 기억이 난다.
바닥 물청소까지 하고 나니 식곤층처럼 온몸이 다나른하다. 눈은 게으로고 손은 부지런하다는 말이 맞다. 칙칙했던 베란다가 말끔하게 정리됐다. 흙갈이할 땐 건성으로 봤는데남천, 사철나무, 로즈마리 겨드랑이에새 싹이 연두연두하다. 마치 따순 햇살에 곱은 손을 내놓고 도란도란 모여서 곁불을 쬐는 것 같다.
계절 감각이 둔한 나보다 봄을 먼저 감지하고 행동하는 식물들에게서 계절의 변화를 읽는다.
한 낮 햇살이 차 오른 베란다에 넋 놓고 앉아 있으니
스멀스멀 올라오는 소주내에 취한 듯 불콰해진 시간이다.
핸드폰을 열고
바흐의 무반주 첼로 연주곡을 켠다.
*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
* 대문그림: 예전에 그린 그림으로 봄 되면 생각나 들춰본다.. 소주 브랜드 참ㅇㅇ을 내맘대로 바꿔 그려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