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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흔 Mar 03. 2024

21  흰꽃을 소복소복 피운 히야신스


아들이 시내 나갔다가 오는 길에 히야신스 하나를 들고 들어 왔다. 녀석이 종종 하는 살가운 짓이어서 격하게 반기며 호들갑 떨진 않았지만 아직도 두툼한 외투를 벗지 못하는 내겐 훈훈한 미풍같아 속으로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주먹만한 플분 속 쭈글어진 구근 사이로 빼꼼히 올라오는 잎과 꽃대가 내게 '봄이에요,'라고 부드럽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우리집에 온지 4일쯤 됐을 때

우리 집에 봄손님이다 싶어 거실에서 식탁 겸 책상으로 쓰느라 오불조불한 자리 한 구석을 기꺼이 내줬. 생각하니  작년 이맘 때에도 자리에 수선화와 무스카리를 두고  키웠었다. 아주 잠깐 보여주는 꽃이지만 봄기분을 느끼기엔 좋았다.  본 다음 알뿌리는 시골집 마당에 심었다.  바싹 마른 화분에 물을 주고 물끄럼 보고 있으니 빼꼼히 올라오는 잎의 연두와 초록에  마음이 출렁 거렸다.


슥슥슥 삭삭, 봄 연두와 초록은 설렘 그 자체인 것 같다.


스케치는 그런대로 봐 줄만 했는데​

거친 듯 부드런

파스텔 느낌을 살려 살짝 살짝,

 칠한 듯 만 듯 하려다 그만,


맘에  안 들어 색연필로 덧칠하다 보니,

표현하고 싶었던 연두연두한 초봄 느낌이  영  아니다.


노랑 연두를 썼음 나았을까.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히야신스를 그렸다.

그땐 활짝 핀 꽃 느낌이 좋았다.

5년전, 파스텔로 그린 히야신스.

 

 봄꽃인 수선화도 그렇지만 히야신스 성장이 무척 빠르다.

알뿌리 식물의 특성일까.

  매일매일 무섭게 올라오는 꽃대를 보고 아들 녀석은 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동물을 보는 것 같단다.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추운 겨울 지나고 오는 봄이면 나무나 풀꽃들의 변화가 확연히 다르게 눈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뚝딱, 히야신스 꽃방망이

일주일 만에  흰꽃을 소복소복 피웠다.

향기는 또 어쩔꼬.

우중충했던 거실이 다 환하다.


빨강도 노랑도 아닌 흰색이 이렇게 화사하고

우아할 줄이야. 웨딩드레스 입은 신부처럼 말이다.


그건 그렇고 작년에

시골집 화단에 심은 수선화, 무스카리는

지금쯤 꽃망울 달고 올라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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