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시내 나갔다가 오는 길에 히야신스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녀석이종종 하는 살가운 짓이어서 격하게 반기며 호들갑 떨진 않았지만아직도두툼한 외투를 벗지 못하는내겐 훈훈한 미풍같아속으로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주먹만한 플분 속 쭈글어진 구근 사이로 빼꼼히 올라오는 잎과 꽃대가내게 '봄이에요,'라고 부드럽게속삭이는 것 같았다.
우리집에 온지 4일쯤 됐을 때
우리 집에 온 봄손님이다 싶어 거실에서 식탁 겸 책상으로 쓰느라 오불조불한 자리 한구석을 기꺼이내줬다.생각하니작년 이맘때에도 이 자리에 수선화와 무스카리를 두고 키웠었다.아주 잠깐 보여주는 꽃이지만 봄기분을 느끼기엔 좋았다. 꽃본 다음 알뿌리는 시골집 마당에 심었다. 바싹 마른 화분에 물을 주고 물끄럼 보고 있으니빼꼼히올라오는 잎의 연두와 초록에 마음이 출렁 거렸다.
슥슥슥 삭삭, 봄 연두와 초록은 설렘 그 자체인 것 같다.
스케치는 그런대로 봐줄만 했는데
거친 듯 부드런
파스텔느낌을 살려 살짝 살짝,
칠한 듯 만 듯 하려다 그만,
맘에 안 들어 색연필로덧칠하다 보니,
표현하고 싶었던 연두연두한 초봄 느낌이 영 아니다.
노랑 연두를 더 썼음 나았을까.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히야신스를 그렸다.
그땐 활짝 핀 꽃 느낌이 좋았다.
5년전, 파스텔로 그린 히야신스.
봄꽃인 수선화도 그렇지만 히야신스 성장이 무척 빠르다.
알뿌리 식물의 특성일까.
매일매일 무섭게 올라오는 꽃대를 보고 아들 녀석은식물을 키우는 게 아니라 동물을보는 것 같단다.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추운 겨울 지나고 오는 봄이면 나무나 풀꽃들의 변화가 확연히 다르게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