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이면우 시인의 '매미들'

by 장명흔

매미들


이면우 시인

사람들이 울지 않으니까

분하고 억울해도 문 닫고 에어컨 켜 놓고 TV 보며

울어도 소리 없이 우니까

요렇게 우는 거라고

목숨이 울 때는 한데 모여

숨 끊어질락 말락 질펀히 울어 젖히는 거라고

옛날 옛적 초상집 마당처럼 가로등 환한 벚나무에 매달려

여름치 일력 한꺼번에 찌익, 찍 찢어내듯 매미들 울었다

낮 밤 새벽 가리잖고 틈만 나면

시집에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34쪽의 詩​



늦게 일어나 시 한 편 읽는다. 여름이지만 아직 매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시인은 여름날 시원하게 울어 젖히는 매미가 왈칵 부러웠던 것일까. 시인도 그만큼 속시원히 울고 싶은 일이라도 있는 걸까. 생각하면 우린 언제부터 너 나 할 것 없이 울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귀를 찢는 매미의 울음에 겹겹이 쌓이는 생각들.

듣고 보니 그렇다. 매미는 울지 않는 인간들에게 그깟 체면 차리지 말고 속 시원하게 울라고 울음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말해야 할 때 말 못 하고 울어야 할 울지 못하고 울음을 참다 종국에는 우는 것조차 잊어버린 건 아닐까. 이 시를 읽다 보면 신경계가 고장 나 본능을 잃어버린게 아닐까 싶다.

장마 가고 나면 매미는 또 여기저기서 바락바락 울어대겠지. 또 밤낮없이 바락바락 울어댈 매미소리에 여름은 얼마나 덥고 서러울까. 매미는 여름 한 철 살기 위해 땅속에서 참았던 시간 만큼의 울분에다 바보처럼 제 설움에 겨워서도 울 줄 모르는 아니 우는 법을 잊어버려 제 속에 울음주머니 하나씩 생긴 줄도 모르는 안쓰런 인간들에게 우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기위해 여름마다 오는 울음치유 학교 선생님이라는 생각이라고 하면 어떨까!



*대문사진:작년 여름 유치원 아이들과 <나무고아원>함께 읽고 접고 그려본 여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