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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ren Dec 04. 2021

아들 군대 보낸 엄마

군대에 간다고 vol2

자~~ 이제부터 우리는 아들을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곰이 웅녀가 되는 것처럼 마늘을 먹여서 되는 일이라면 차라리 나을 수도...

한국 사람으로 만들어야 군대에서 군인으로 만들 것이 아닌가.



 첨부터 난관이다. 지금이 3월이니 6월까지,  학기 중이니 "수업도 들어야 하고, 시험도 쳐야 하고, 과제도 아주 많아."라며 엄포를 놓는다.

건드리지 말라는 얘기다. 마지막 시험이 끝날 때까지...

 

산너머 산이로구나. 그렇지만 나도 양보할 수 없다.

고작 작은 노트북 앞에서 하는 둥 마는 둥 빈둥대는 것 같은데 꼭 다른 걸 시키면 그때가 가장 바쁜 때라고 하네.

아들은 또 가자미 눈을 하고 입매를 찌그러뜨리며 

"엄마는 어떻게 내가 제일로 바쁠 때 꼭~~ 뭘 시켜?"

아이고 참내 우린 왜 이렇게 안 맞지.




암튼 넌 이제 죽었어.ㅋㅋ

핸드폰을 뺏으면 아들이  불안해하므로 비행기 모드로 해놓고 한글 타자 연습 프로그램을 깔고, 시작했다.

헐~~ 하루에 1시간씩  정도를 하더니 이제 한글 1500자를 10분 정도에 오타 없이 해낸다.

아들이 ' 역쉬~~' 

라면서 자뻑에 빠진다. 이를 우째 ....

으이구 저걸 그냥 하면서도 나 또한 역시 내 아들....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병무청에 전화를 해서 상담을 받아보니,  년에 네 번 있는 해외 입영자 프로그램 중 3차, 9월 27일에 입영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받아 입영신청을 하고,  입영 한 달 전에는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2달 전에 입국하는 걸로...

신체검사는 2주 격리 후 8월 17일로 결정.


바쁘다.

시험이 끝난 아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닌다.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대사관의 오픈 시간은 짧고, 전화는 계속 불통이다. 이메일을 보냈는데 직접 와야 한단다.

이런 이런....^^

 

펜더믹때문에 운전기사도 가정부도 그만둬, 가족이 대사관에 총출동을 해서 서류 몇 장을 만들어 왔다. 대사관 근처에 공영주차장이 없어 아빠가 운전을 하여 근처를 돌고 있고, 나와 아들이 용무를 보고 왔다. 대사관에  갈 때마다 퉁퉁거린다. 저 넓은 대사관 안뜰은 무엇 때문에 있는 것일까 하고^^ 

주차장으로 쓰면 대사님을 찬양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고...ㅋㅋ


학교에 휴학계도 내야 한다. 학교에 메일로 서류를 보낸 지 한 달이 넘도록 답이 없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담당자의 연락처는 알 수 없어 애가 탄다.



20년을 산 필리핀인데도 답답할 때가 많다. 포기하라고 되뇌면서도 이놈의 성질은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기다려야지 어쩔 수 없지.

필리핀에서 제일 화가 나는 말이다.

"Thank you for your understanding."

내가 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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