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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겸 Mar 28. 2024

100-25 돈이란

오늘 아침은 걷기 운동을 나가지 않았다. 보통은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걷는다. 솔직히 걷고 나면 집에 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다 돌아간 세탁물을 정리하면 금세 오전 시간이 지나갔다. 강아지 산책하며 아이의 간식거릴 챙기고 학원을 보내고 나면 저녁 준비로 하루가 지나간다.      


아이가 등교를 한 후 커피 한잔을 내렸다. 비 오는 날 커피 한 잔.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성이다. 커피 향에 취하며 오늘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모두 급한 일들 같아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여러 가지 생각이 얽히자 그냥 당장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노트북을 열어 방송대 온라인 학습에 접속했다. 이번에는 밀리지 말아야지 했는데 어느새 학습 진도가 또 뒤처졌다. ‘다들 참 부지런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론’ 강의를 켰다. 행정과 복지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다시 머릿속에 허리케인이 요동친다. 아는 단어, 모르는 단어들이 순식간에 뒤엉켰다. “아! 어려워!” 그리고 한 시간 후 강의 1개를 마쳤다. 작년에는 5개도 연달아 들었는데 분명 집중력과 긴장감이 부족했다.      


친정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돈을 빌려주는 문제로 고민 상담을 했다. 어릴 적부터 나는 돈이라 하면 피하고 싶은 감정부터 들었다. 보통은 돈에 대한 인식이 자본주의 산물이며 욕망적인 것이라 말하기를 꺼리기도 하지만 나는 돈 때문에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을 많이 보고 자랐기에 피하는 게 편했다. 그래서 누군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거절도 못 했고 잘 받지도 못했다. 수학 문제 풀이와는 별개로 돈 계산은 정말 싫었는지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기도 했다. 무의식적으로 돈이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산물 같았다. 그렇게 떠올리기 싫은 돈에 대해 엄마랑 두 시간 넘게 통화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갑자기 머릿속 생각들이 갈 곳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내가 지금 뭐 하려고 했었지? 저녁 준비해야 하나? 아니 간식 준비가 먼저지.’ 나의 약점이 드러난 두 시간. 엄마는 그래도 고민이 안 풀리는지 여러 번 전화를 걸다 끊기를 반복했다. 빌려주는 돈이 불안하면 공증을 해라. 증인도 필요하다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줬지만 다시 원점이었다.      


돈. 돈이라. 돈에는 자존심이 걸려있다. 수치심도 있다. 몸이 아프니 나이들 때까지 일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면 어떨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돈의 필요성은 안다. 그러나 사람마다 중요성의 비중이 다르니 문제가 생긴다. 남편은 직업의 가치를 금액으로 매긴다. 그래서 내게 “니는 돈 안 되는 것만 골라서 하냐?”라고 했다. 유아 교사, 사회복지사, 재능기부 독서 수업 등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과거 내가 즐거운 일이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행복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젠 그게 모두 해결될 수 없는 일인 것도 알게 되었다.

오늘은 종일 비가 온다. 모닝커피로 시작해 하루를 마무리하는 커피로 감성에 잠겨본다.      


#책과강연#백일백장#16기#엄마#돈#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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