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선겸 Apr 18. 2024

100-41 과거에서 나 찾기

오늘 아침, 평소와 다르게 부산에 갈 준비를 했다. 미리 맞춰 둔 떡을 찾고 내려가기 전 은사님께 카톡도 남겼다. 도착 예상 시간과 점심 식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울산에서 조심히 내려오라는 은사님의 당부 말에 갑자기 울컥했다. 30년 만에 만나는 은사님은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 어른들에 대한 반항기가 최고조일 때 담임선생님이었다. 오랜만에 듣는 따뜻한 말. 나는 따뜻한 정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부산에 도착해 은사님을 만나 점심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지나온 이야기를 나눴다. 그 시절 사진도 몇 장 남아 있어서 가져갔던 게 도움이 되었다. 다행히 기억이 떠올랐고 추억도 나눌 수 있었다. 은사님이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는 것에 격려해 주니 다시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물론 보통의 사람들이 평탄한 일만 경험하는 건 아니지만 경험해 보지 않아도 될 것을 많이도 겪고 살았다. 은사님이 “환경만 좋았더라면”이라고 말씀도 하셨지만 좋은 환경에 살았다면 삶의 상처도 약했을 거니 깊이 깨닫지는 못했을 거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주차된 곳으로 걸으며 은사님이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선겸아, 네가 열심히 살게 된 것도 부모님이 가르쳐 주셔서 그런 게 있을 거야!”    

 

갑자기 머리가 번뜩였다. 그래. 그랬겠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낙인찍힌 채 살았던 과거의 상처에 집착해 은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점도 있을 거다. 그러고 보면 내가 잘나서 잘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깊은 뿌리는 부모의 양육 태도와 가정환경에 있을 텐데 말이다. 나는 아버지께 물려받은 게 있다. 책임감. 어릴 적부터 지워준 책임감과 인내심은 부모님이 가르쳐 준 거다. 그리고 뭔가 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기면 끝까지 하는 고집도 있다. 알고 보면 가랑비 옷 젖듯 익혔는지도 모른다. 

사랑이 그리웠던 시절, 어른들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만 가득했던 시기. 처음으로 이해받고 존중받았다는 감사함에 은사님이 자꾸 내 마음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뭔가 뿌듯하고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마다 무심코 떠올랐었는지도.

한편으론 사회생활을 하며 타인에게 인정받는 길이 나를 찾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필사적이었는지도 말이다. 겉으로는 미래 사회가 변함에 따라 평생 벌어먹고살기 위해 이것저것 배운다고 하지만 아직도 열심히 살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불안해한다는 건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하거나 자책하지는 않는다. 객관적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기회였고 다시 잘 정비하고 일어서면 된다. 나만의 숙제니 풀어야 하는 것도 내 몫이니까 말이다.


#책강대학#백일백장#16기#과거#나#은사님

작가의 이전글 100-40 나의 은사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