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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Feb 05. 2024

내가 해온 감사는 가식이었다

일생에서 큰 사건이라고  여겨질 두 가지 일이 한 번에 일어났다.

심장을 부여잡고 울었고 며칠간 잠도 이루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거냐고 가슴속으로 부르짖었다. 나 자신이 한심하고, 야속하고 미웠다.

원망해도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숨이 막힐 만큼 고통스럽고 괴로웠다. 

지금도 가끔씩 그 고통들이 되살아나 나를  괴롭히지만 죽을 것 같던 마음은 사라졌.


시간이 약이라 했던가?

그 말을 의지삼아 버티고 있다.


그 사건 이후 나는 원망과 자책, 후회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써오던 감사일기, 미래일기, 모닝페이퍼등 모든 기록들을 스톱했다.

이 모든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모든 걸 접고  방황하듯 지냈다. 의미 없는 하루하루, 흘러가는 대로 그냥 살았다.

공허했지만 넘어졌을 때 쉬어가란 말처럼 널브러져 지냈다. 당시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였다.




유튜브로 잠재의식에 관해 자주 듣고 있었는데 어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감사에 대한 책과 이야기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나에게 왔다.

'꼭 감사하라는 거 같군'

며 영상을 듣고 또 들었다.

운전할 일이 많았던 어제,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운전하는 내내 감사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맞아, 그랬어. 그래야지.'

나도 모르는 어디에선가 감사해야 된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감사에 대한 영상 두어 개를 3시간 동안 돌려가며 들었다. 내 가슴이 갑자기 요동쳤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그동안 적었던 감사일기를 펼쳐보았다.

'내가 진심으로 감사했던 걸까?'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하고 감탄하고 감격했던 적이 있었나 찾아보았다.

없었다.

그냥 주저리주저리 영혼 없이 써왔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멍함이 속됐다.

'가식덩어리'


다시 감사일기를 펼쳤다.

정말 가슴속에서 우러나는 감사함을 써야겠다 다짐했다.

그때의 고통이 아직 내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지만 감사로 이겨내보려 한다.

고통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감사로 내 고통을 감싸고 보듬어 안아줄 수 있다면 기꺼이 감사하려 한다.


깨닫게 해 주심에 감사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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