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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Feb 29. 2024

시험관시술을 앞둔 그녀

키가 175cm는 거뜬히 넘을 것처럼 크고 마를 대로 말라계신 한 여성분이 병원을 찾았다.
외국에서 오신 지 얼마 안 되셨다고 했고, 할머니 걱정에 입국을 했다고 하셨다.
그 할머님도 우리 병원을 다니시던 분이라고 했다.


잠시 뒤, 진찰을 받으셨다.

감기끼도 없고 아픈 곳도 없는데 수액을 맞고 싶다고 했다.
"며칠 뒤 시험관시술을 앞두고 있어서 수액이라도 맞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왔어요."
그 이야기에 차트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내 30대 후반인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이 아니라니 맘고생, 몸고생이 많았겠다.'
최대한 정성을 다해서 약을 준비하고 수액을 놔드렸다.
가녀린 팔뚝에 혈관도 역시나 얇았다.
조심스럽게, 다행히도 한 번에 놓아드렸다.
참 친절했다. 내가 하는 모든 이야기에 고맙다는 인사를 덧붙이셨다.
중간중간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좋다는 답변과 함께 해맑은 미소는 덤으로 주셨다.
'이 밝고 맑은 분에게 왜 이런 시련이 있을까'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아이를 꼭 품에 안길 빌어보았다.

한 시간이 흘렀고 수액이 다 들어갔다.
"맞고 나니 든든한 게 보양한 것 같아요"라며 기운 넘쳐하셨다.
다행과 안도로 마음이 푸근해졌다.
수액세트를 제거하고 주사실을 나오며
"시험관 잘 받으셔요!!"라며 짧지만 큰 마음을 담아 응원을 보냈다.
"어머나, 고맙습니다. 응원해 주세요."라며 놀라움과 간절함을 내비치셨다.

아이를 안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10여 년 전, 아이를 품고 있다가 잃은 적도 있고, 작년부터 지금까지 (노산이지만) 아이를 다시 만나고 싶어 노력 중이기도 한 나라서 그 심정이 십분 이해됐다.
그분이 병원문을 열고 나갈 때까지 간절히 기도하고 바랬다.
그분이 아이를 안고 오는 모습도 상상해 보았다.
그 상상이 현실이 되길, 이 글을 쓰면서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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