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침이 더 분주해졌다. 원래보다30분이나 앞당겨 집에서 나오다 보니 애들도 나도 새벽을 바쁘게 시작한다.
큰아이와 작은아이까지 내려주고 나면 40분가량 시간이 남는다.
처음엔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될지 고민이 많았다.
'독서를 할까? 아님 글을 쓸까? 손바느질이라도?'
틈새시간활용을 좋아하는 나는 뭐라도 하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고민하던 내게 같이 일하던 선생님의 조언이 가슴에 와 박혔다.
"운동해요 운동, 걸으면 되잖아. 아침에 걷는 거 얼마나 좋노?"
"그러게요. 다이어트한다 하고선 운동도 제대로 못했는데 그래야겠어요. 고마워요."
프로시작러인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다음날부터 걷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는 곳곳이 문화유산으로 가득했다.경주에 사는 행복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아침이었다.
아무도 없는 관광지를 누비며 걷는 맛은 솜사탕보다 달콤했고 가슴이 벅찰 때도 많았다.
가끔은 눈이 즐거운 것과는 다르게 허전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땐이어폰을 왼쪽만 꼽고 책리뷰를 듣거나, 듣지 못했던 줌수업녹방을 들었다. 평소에는이어폰 없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고 걷는다. 그러다가 생각이라는 것도 해보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