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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Mar 22. 2024

걷다가

큰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침이 더 분주해졌다. 원래보다 30분이나 당겨 집에서 나오다 보니 애들도 나도 새벽을 바쁘게 시작한다.

큰아이와 작은아이까지 내려주고 나면 40분가량 시간이 남는다.

처음엔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될지 고민이 많았다.

'독서를 할까? 아님 글을 쓸까? 손바느질이라도?'

틈새시간활용을 좋아하는 나는 뭐라도 하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고민하던 내게 같이 일하던 선생님의 조언이 가슴에 와 박혔다.

"운동해요 운동, 걸으면 되잖아. 아침에 걷는 거 얼마나 좋노?"

"그러게요. 다이어트한다 하고선 운동도 제대로 못했는데 그래야겠어요. 고마워요."


프로시작러인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다음날부터 걷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는 곳곳이 문화유산으로 가득했다. 경주에 사는 행복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아침이었다.

아무도 없는 관광지를 누비며 걷는 맛은 솜사탕보다 달콤했고 가슴이 벅찰 때도 많았다.

가끔은 눈이 즐거운 것과는 다르게 허전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땐 이어폰을 왼쪽만 꼽고 책리뷰를 듣거나, 듣지 못했던 줌수업녹방을 들었다.  평소에는 이어폰 없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고 걷는다. 그러다가 생각이라는 것도 해보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40분여를 걷고 일을 하러 가면 이미 예열이 된 몸은 가뿐하게 일을 해냈다.




그렇게 아침 걷기를 시작한 지 3주가 다 되어가는 오늘, 나는 걷다가 울어버렸다.

오늘은 찬양이 듣고 싶어 CCM을 선곡했었, 대릉원 돌담길에 들어서자마자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

나를 비추는 태양이 마치 그분이 나를 안아주시는 느낌이었달까?

'약할 때 강함 되시네'라는 찬양을 듣는데 양쪽볼을 타고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주는 나의 모든 것이라고 고백하는 이 찬양이 마치 내가 드리는 고백 같았다.


눈물을 훔치고 밝을 빛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골랐다.

주의 자녀라는 게 좋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걸으며 기도했다.

'나는 주님을 포기할 수없어요. 나를 놓지 마세요.'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걷다가 성령님이 주시는 감동을 체험했고, 걸으며 기도했다. 오늘은 유독 감사한 아침이었다.

걷고 걷다 보니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있다.


나는 내일도 또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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