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더니 가방을 다시 만들었다는 친한 언니의 카톡이 와 있다. 영어학원 선생님인 언니는 미싱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미싱을 갖고 있진 않았다. 1주일에 1번, 배우러 갔을 때만 미싱을 만지니 목말라하시는 게 보여서 우리 집에 잠들어 있는 미싱을 한대 빌려드렸다.
나는 바느질은 18년째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일을 할 때는 부업으로, 어떨 때는 취미로 했었고, 일을 안 다닐 때는 바느질로 돈을 벌었다. 돈을 번다해도 아이들 간식비, 반찬정도만 살 수 있는 돈이었지만 나름 자부심은 갖고 있었다.
오랜 세월만큼 쌓인 미싱이 총 3대였고 그중 가장 고가의 미싱을 빌려드렸다. 고장 나면 어쩌냐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나는 괜찮다는 말로 대답했다. 고장 나면 as 받으면 되는 거지 그런 건 아무런 상관없었다. 단지 무언가 만들고 싶을 때 못 만드는 그 아쉬움을 내가 알기에 선뜻 미싱을 빌려드렸다. 그 후 보답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준비해 주셨다. 오늘, 언니를 만나기로 했다.
내가 바느질을 하지만 정작 나를 위한 바느질은 거의 한 적이 없다. '내가 써야지, 나를 위해 만들 거야.' 하며 열심히 만들었다가도 이쁘게 나오면 팔거나 선물을 했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를 기쁘게 해 줘도 될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나는 나에게 참 인색한 사람이었다. 지난번 지인께 지퍼파우치를 선물 받고 좋아하던 모습을 보고 언니가 눈에 담아 두신모양이다. "나는 네가 그 선물 받고 그리 좋아할지 몰랐다. 네가 선수니까 선물해도 못한 거 주기도 그렇고." "언니, 선물인데 잘하고 못하고 가 어딨어요? 주시면 다 감사히 받는 거지~내가 바느질해도 나를 위해 바느질한 게 몇 개 없어요. 그래서 패브릭선물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진짜? 알겠어. 이쁜 거 만들면 많이 선물해야겠네." "녹음합니데이~~~"
지난 토요일에 언니가 가방을 만들어 주셨다. 가방 안에 선물까지 넣어서 주셨는데 강의 들으러 가며 언니차에 냅다 두고 내린 것이다. 새 가방을 받으려고 그랬던 걸까? 나를 생각하고 만든다는 게 어떤 마음인지 알기 때문에 너무 고맙고 감동이었다. 핸드메이드는 사랑과 영혼이 담겨있다. 기성제품이 더 훌륭하고 아름다울 수 있지만 핸드메이드만큼 손길과 사랑이 담긴 게 또 있을까?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든다는 게 어떤 마음인지 잘 알기에 감사하다. 새벽부터 감동에 젖어 정신이 혼미 해질 지경이다. 얼른 점심시간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