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달리고 싶어 질걸?" 같이 일하는 M샘이 나에게 한 말이었다. 나는 M샘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달리기는 내 인생에서 친하지 않은 친구였다. 100미터 달리기 기록 24초. 운동회 때는 늘 꼴찌를 도맡아 했고, 누구 하나 넘어져야 겨우 3등 도장이라도 손등에 한번 찍을 수 있는 행운을 얻던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달리기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런 내가 달리기를 시작했다. 걷다가 보니 나도 모르게 속도를 내고 있었다. 마치 날개를 단것처럼 발걸음도 가벼웠다. 걷다 뛰기(일명걷뛰)를 한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너무 뛰고 싶어졌다. 그 마음이 생긴 날부터 나는 뛰기 시작했다. 달리기가 궁금해 영상을 찾아보다 보니 빠르게 달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걷듯이 뛰는 슬로러닝만으로도 건강할 수 있다는 말에 구미가 당겼다. 육중한 몸매지만 슬로러닝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시작했다. 뛰는 것 같지 않게 뛰는 거라 운동효과가 있을지 궁금하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렇담 믿고 뛰는 수밖에. 직장 근처에 주차를 하고 나면, '봉황대'라는 고분으로 향한다. 그 고분이 보이면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도중 고분 위에 앉아있는 느티나무를 바라보기도 하고 고분옆 잔디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까마귀, 까치 떼를 보기도 했다. 한 번은 고분 근처까지 다가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나무는 하늘아래까지 솟아있는 듯했고 고분의 높이가 7층정도된다던 말 때문인지 웅장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고분을 끼고 달리다 보니 삶과 죽음의 사이에 서있다는 생각에 더욱 열심을 내 살고 싶어 진다. 오늘도 달렸다. 나도 모르게 속도를 냈던 걸까? 발바닥이 쩍쩍 붙는다는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이래서 뛰는 건가? 당분간 나의 달리기는 계속 이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