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파양견 사랑이, 가족이 되다-1

by 박현주

우리 집 강아지 하늘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11년간 그 아이 덕분에 행복했고 즐거웠다. 12월 마지막 날 아침, 숨을 3번 몰아쉬고 알 수 없는 눈물을 비치며 아이는 우리 곁을 떠났다.
하늘이가 떠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다.
그사이 나는 하얀색 강아지, 특히 몰티즈만 보면 금세 울컥울컥 했다. 하늘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 보고 싶은 그리움이 뭉쳐져 자꾸만 내 가슴에 던져졌다.





며칠 전, 신랑 꿈에 하늘이가 나왔다고 했다.
"강아지 다시 키울까?"
신랑의 말에 나는 알 수 없는 기운이 솟아났다. 잔뜩 흐렸던 회색하늘이 맑게 개인 기분, 딱 그랬다.
일단 가족들에게 아빠의 뜻을 전했다. 딸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하늘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반대했다. 강아지가 싫은 건 아니지만 너무 이른 거 아니냐며 염려하고 또 염려했다. 아들은 강아지라면 늘 yes를 외치던 아이라 염려 되지 않았다. 역시나 찬성이었다.

입양을 결정하기 전, 일단 유기견보호소부터 가보자고 했다. 그렇게 반대를 하더니 강아지를 보러 간다니 흔쾌히 따라나서는 딸을 보니 역시나 아이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를 사는 것보다 버려진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게 낫지 않냐며 이때만큼은 가족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경주에 있는 유기견보호소를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는데 락스냄새가 가득했다. 티브이에서 봐오고 상상했던 보호소랑 너무 다르게 깨끗해서 조금 놀랐다. 안내를 받아 강아지 사육공간으로 들어섰는데 그곳은 역시나 냄새가 강렬했다. 강아지들이 많으니 당연한 거라며 내 코를 진정시켰다. 냄새는 났지만 생각보다 깨끗한 사육환경에 또 한 번 놀랐다. 강아지부터 성견까지 다양했고 주먹만 한 아기고양이도 보였다. 씁쓸한 마음은 남았지만 일단 둘러보기로 마음먹고 온지라 그냥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쉬운 마음에 애견샵을 수소문해 2군데를 더 들렀다. 맘카페의 도움으로 닿은 2곳 중 한 곳에는 파양견들이 수두룩했고, 또 다른 한 곳은 아기강아지를 살 수 있는 곳이었다.
파양견이 있는 곳에 마음이 더 가긴 했지만 선뜻 데려올 수는 없었다. 함께 사는 할머니와 상의도 해야 고 털 빠지는 강아지는 꺼려져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아쉬움과 서글픔만 안은채 집으로 털래털래 돌아왔다.





며칠 뒤, 입양견을 검색하다 보니 한 사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홈쇼핑처럼 강아지들이 종류별로 가득했고 어린 개가 아닌 성견들도 제법 보였다. 신랑과 나는 파양견 카테고리에 있는 강아지 사진을 뒤적이며 마음에 드는 아이를 고르기 시작했고, 한참뒤 둘 다 마음에 드는 아이를 발견했다. 기쁨도 잠시, 그 아이는 멀고 먼 분당에 있었다. 분당이라니, 내비게이션을 찍어보니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고 뜬다. 너무 멀기도 하고 강아지를 데려온다고 해도 그 아이가 너무 힘들 것 같다며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 고민하던 찰나, 같은 분점이 울산에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입양할 수 있는 강아지가 있는지 일단 전화로 문의했고 있다는 말에 곧장 보러 가기로 했다.


"눈에 밟히는 아이가 없으면 그냥 오자."

"그러자"


가족 모두의 동의를 얻고 출발했다. 오후 4시 30분경 전화로 예약을 했고 5시 30분까지 가기로 했다. 시간에 딱 맞춰 도착을 했는데 건물을 보고 조금 의아했다. 보호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애견샵 내에 보호소가 같이 있는 곳이었다. 입구 양쪽 유리창으론 몽실몽실하고 작은 강아지들이 올망졸망 진열되어 있었고 나도 모르게 자꾸 시선이 갔다. 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안쪽으로 들어서니 고양이도 제법 보였다.

샵에 들어서자마자 예약을 했다고 전했고 유기견을 보고 싶다고 했다. 따라오라던 직원의 말을 듣고 종종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가족들 중 내가 가장 먼저 그 뒤를 따랐다. 건물 제일 안쪽으로 들어가 유리문 하나를 열었고, 계단을 밟고 올라섰다. 첫 번째 칸에 앉아있는 하얀 강아지를 보자마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계속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