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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엄마 Oct 03. 2021

사랑하고 있음을 안다

자폐 스펙트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네가 이곳의 많은 것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찬란하게 반짝이는 모든 것들과

잔잔하고 외로운 별의 가물거림을


다정히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부터

너를 두렵게 하지 않는 반복적인 소리들과

선선한 밤바람에 섞인 초가을의 풀벌레 소리도


밟을 때마다 달칵이는 어설픈 목재 데크나

하얗고 맛깔스러운 갓 된 밥의 질감,

손가락 새로 빠져나가는 성마른 온기의 모래 한 줌도.


작은 것들에 너의 시선은 오래 머물고

세상의 기쁨을 더욱 오래동안 누리려 한다.

그냥 지나치면 인생의 큰 손해라고 여기는 듯이.


나는 종종 너의 시선과 닮아가고 싶다.

해결치 못하는 고민에서 지금까지도 눈을 떼지 못하는 나를 너는 가르친다.

세상에는 귀하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많음을.

창문 너머 잃어버린 구름의 모양을 다시 더듬어 찾아야 한다고.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런 사소한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가끔 너를 뒤에서 껴안아 볼 때면

네가 세상의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귀를 기울이면 설레는 심장 소리가 들리고

파도가 들이치는 해변에서부터

우리 집 앞의 하수구에까지 꽃이 핀다.

조금 작은 너의 심장은 분명 하트 모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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