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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k작가 Sep 29. 2022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는 작가.

나는 글쓰기 공부 중입니다.

당신은 작가로서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이 질문에 저는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나 에세이 종류의 글을 쓴다면 어떤 주제의 글을 쓸지 고민도 많이 되었고요. 나 자신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쓰면서도 자꾸 자신을 꾸미게 되었죠. 


그러다가 몇 년 전, 아동문학을 배우면서 저 자신을 처음 돌아보게 된 계기가 떠올랐습니다. 

첫 시간부터 각자의 어린 시절 사건을 떠올려 쓰게 했는데요. 그 작업을 통해서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 속에서 스스로 동화의 제재를 얻도록 하는 작업이었어요. 실제로 경험한 것을 쓰는 것이 얼마나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지 처음 배웠던 것 같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이오덕 선생님의 책<글쓰기 방법과 이론>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3학년만 되면 차츰 취재 경향이 편중되어 '보기 좋은 것', '부끄럽지 않은 것'만 찾아 쓰기 쉬운데, 이것은 학년이 높아갈수록 여러 가지 장벽에 부딪치게 되어 본 것, 들은 것, 체험한 생활을 솔직하게 그대로 나타내기를 꺼리는 까닭이다. 글을 쓰라고 해도 쓸게 없다고 하는 아이들 가운데 쓸거리가 있어도 솔직하게 쓰는 태도가 안되어 있는 어린이가 대부분이다"


어린이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라온 어른들도 마찬가지죠. 

SNS 같은 곳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죠. 자신의 솔직한 실제 모습보다도 꾸민 모습들, 과장된 모습들을 올리고 거기에 호응을 받고, 그걸 잘하는 사람들을 선망하게 되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런 일상들을 자연스럽게 접하다 보니 글에서도 그렇게 표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아이들에게만큼은 어른들처럼 꾸미려는 글을 쓰게 하는 게 아니라 솔직한 글을 쓰도록 해주는 게 좋죠. 

솔직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리낌의 원인! 그걸 제거해주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떤 글을 쓰더라도 솔직하게 쓴 글이라면, 맞춤법이 틀려도, 띄어쓰기가 잘못되어도 칭찬을 해주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질문! 

그렇다면, 아이들 글쓰기 할 때 어른들이 하는 제일 나쁜 짓이 무엇인지 아세요?


-> 빨간색 색연필로 쭉쭉 밑줄 긋고, 잘못된 부분 엑스 표시하는 일이요. 


어른들도 글을 쓰는데 잘못되었다고 누군가 지적하면 어떨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의기소침해지고 당장 다음 글을 쓰기가 너무 힘들어질 것 같은데요..? 

하물며 아이들은 작은 마음에 엄청난 상처겠죠? 

아.. 나는 글을  못 쓰는구나, 나는 소질이 없구나 하고 먼저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죠. 

내 아이가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가 되길 원한다면 그런 일은 당장 그만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글을 정말 못 쓴다는 트라우마를 갖게 한 에피소드 하나 말씀 드릴게요. 

'저의 초등학교 때 일이에요. 

해마다 학교에서는 독후감 대회를 열었어요. 

저희 어머님은 제가 글을 아주 잘 쓰길 바라셨고 책도 아주 많이 읽고 똑똑하길 바라셨는데, 

사실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책 읽는 것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고, 글도 그렇게 잘 쓰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해마다 돌아오는 독후감 대회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자신은 없고 쓰기도 싫고! 그렇게 차일피일 숙제를 미루었는데, 

어느 날 어머님이 그 숙제를 대신하셔서 내신 거예요. 

사실 그때는 그게 잘 못된 일이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그래서 처음에 상을 받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고 다음 해에 상을 받을 때도 이렇게 해도 상을 받을 수 있네?라고 생각했죠. 

4학년 때인가 5학년 때 선생님이 불러서 물어보시는 거예요

'정말 네가 쓴 게 맞니?'

'아니요'라고 말하면 혼날까 봐 '네..'라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왔어요. 

그리고 상을 받았죠.'


저를 아주 오랫동안 힘들게 한 기억이에요. 글을 쓰는 게 너무 무서웠고요. 

저의 실제 실력이 들키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도 쭉 글 쓰는 것에는 되도록 참여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방송국에서도 글을 쓰기보다는 아이디어를 잘 내면 된다고 생각했고요. 물론 글보다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작가에 가까웠죠. 

그 이후에 방송작가를 쉬고 아동작가를 하면서 합평을 해주시는 선생님들마다 칭찬을 해주시는 거예요. 

제 글이 솔직해서 좋고, 글이 참 재미있다고 말입니다. 

저는 저의 진짜 재능을 서른이 넘어서, 아이까지 낳고서야 알게 된 거죠. 

그때 칭찬받고 나서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남편한테도 전화해서 자랑을 엄청 했죠.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내가 이 기분을 진작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저는 저와 같은 경험을 아이들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편하게 이야기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한 이야기를 좋은 마음으로 쓰고 그것이 외면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사실 모두 어른들이 하기 나름인 거 아시죠??


자꾸 꾸미고 환상을 심어주지 말았으면 합니다. 

저 역시 저의 경력이나 특별한 경험을 무기로 글을 쓰는 것을 지양하려고요. 

여기서는 다 똑같은 브런치 작가들이니까. 

우리 서로에게는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나는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다 털어놓을 수 있을까?

그리고 참된 마음으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함께 글을 쓰려는 당신도 그런 고민을 한 번쯤은 해보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말고 속시원히 털어놓는 글을 말입니다. 


아무리 재주가 있어 공부를 잘하더라도 참된 마음이 없다면
좋은 글을 못 쓴다는 것을 어린이들에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글은 꾀로써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써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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