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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토스머프 Sep 07. 2021

목욕탕의 성지, 교토?

교토가 목욕탕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



목욕탕이 너무 좋아서 거주하고 있는 교토시뿐만 아니라 인근의 교토부京都府, 시가현滋賀県에 있는 목욕탕을 전부 방문하고 이를 소개한 책을 쓴 인물이 있다. 목욕탕 편애 프리랜서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하야시 히로키林宏樹가 그 인물이다. 교토 목욕탕의 미니투어를 기획하기도 하고, 잡지에 기고도 하는 등 교토 목욕탕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드라마 사도 2021 제6화는 교토의 목욕탕을 다루었는데, 취재협력을 한 이가 하야시상이다. 그런 그가 지금 일본 목욕탕 씬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데 그 진원지가 교토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게다가 교토가 목욕탕의 성지라고도 한다.


무슨 근거로?

내가 살던 4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하야시가 주장하는 바의 근거는 이렇다.


1. 목욕탕의 기원은 절(사원)에 있다교토가 목욕탕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목욕탕은 절에서 포교를 겸해 일반 대중에게 욕실을 개방하고 사용하게 해 준 데서 시작한다(이를 세요쿠施浴라고 한다). 처음에는 무료로 욕실을 사용하게 하다가 사찰의 재정이 나빠지자 입욕료를 받는 사찰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것이 돈을 내고 목욕하는 시설을 뜻하는 센토銭湯(목욕탕)의 시작이라고 여겨진다. 교토에는 묘신지妙心寺 등 많은 절에 욕실이 아직 남아 있다. 이것이 교토가 목욕탕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유 중 하나이다.


 게다가 태평양전쟁 때 대규모 공습을 받지 않은 교토에는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목욕탕 건물이 꽤 남아 있다. 국가의 등록유형문화재로 지정된 후나오카온센船岡温泉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그 외에도 일본 전통 건축양식의 외관을 가진 히노데유日の出湯, 서양식 건축인 타카라유宝湯 등 개성적인 모습을 간직한 채 지금도 영업을 하는 목욕탕이 많다.



2. 교토만의 목욕탕 스타일이 있다.

 일본의 목욕탕이라고 하면 기와지붕을 이고 있는 사찰이나 신사 건물과 비슷한 외관, 후지산이 그려진 욕실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이것은 도쿄 목욕탕의 특징이고 교토에는 교토만의 목욕탕 문화가 있다. 


 교토 목욕탕 외관의 특징 중 하나로 포렴(가게 입구에 걸린 천 가리개)을 들 수 있다. 비누. 샴푸 등 목욕용품을 제조하는 회사는 홍보용으로 포렴을 제작하여 목욕탕에 배포한다. 지역마다 형태를 다르게 제작하는데, 홋카이도, 도쿄, 오사카, 교토 이렇게 4가지 지역별로 다른 포렴을 만든다. 가장 큰 특징은 홋카이도, 도쿄, 오사카의 포렴은 한 장인데 반해 교토는 남녀 입구에 각각 한 장씩 2장을 제작한다. 홋카이도와 도쿄, 오사카의 포렴은 크기와 가로 세로의 비율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리고 탈의실에도 교토 특유의 물건이 있다. 카고籠라고 부르는 일종의 바구니가 있는데 교토에서는 여기에 옷과 소지품을 넣고 바구니를 옷장에 넣어 보관한다. 예전의 카고는 대나무나 버드나무를 엮어 만들었기 때문에 비싸다, 그래서 헤지거나 파손이 되면 그것을 수리해서 사용하는데 50년 이상 사용한 카고가 있는 목욕탕도 몇 곳 있다.


 선명한 색깔의 모자이크 타일을 많이 사용한 것도 교토 목욕탕의 특징 중 하나이다. 모자이크 타일은 관리도 어렵고 시공하는 데 비용도 많이 들어서 요즘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한 목욕탕에서는 잘 볼 수가 없다. 아직도 모자이크 타일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목욕탕이 많은 교토에서는 목욕탕마다 특색 있는 다양한 패턴을 볼 수 있어서,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3. 젊음이 원동력목욕탕 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지각변동

 요즘 목욕탕 붐이 일고 있다고는 하나, 목욕탕 수는 벌써 반 세기 이상 계속 줄어들고 있다. 목욕탕을 경영하기에는 힘도 많이 들고 예전처럼 돈도 많이 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족경영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주인장이 연세가 들아 거동이 불편하게 되거나 돌아가시면 어쩔 수 없이 폐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2015년 교토에서 젊은 청년 하나가 패기 있게 목욕탕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당시 24살의 나이에. 목욕탕을 좋아했던 미나토 산지로湊三次郎는 경영부진으로 폐업 예정이었던 우메유梅湯의 경영에 도전했다. 경영 첫 해에는 고생을 했으나, 지금은 전국에 알려진 인기 목욕탕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목욕탕경영회사 “유토나미사ゆとなみ社”로 키우는 발판으로 삼았다. 지금은 교토뿐만 아니라 오사카, 시가현 오-츠시, 아이치현 토요하시시까지 진출하여 총 6개의 목욕탕을 경영하고 있다. 또한, 도쿄의 한 목욕탕에 대한 경영 컨설팅을 위해 동생을 파견하는 등 일본 목욕탕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 목욕탕 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지각변동의 진원지가 교토를 거점으로 하는 미나토와 그가 이끄는 유토나미사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4. 교토 목욕탕은 사우나너에게도 인기이유는 무료 이용과 지하수를 이용한 냉탕

 교토 목욕탕의 대부분은 사우나 시설을 이용할 때 별도로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다. 추가 요금을 받는 도쿄와 다르다. 그렇다고 시설이 열악하지 않다. 오히려 추가 요금 없이 사우나를 할 수 있는 게 주인장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시설이 좋은 사우나 도크가 있는 목욕탕도 제법 있다.

 사우나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냉탕이다. 사우나 – 냉탕 – 외기욕을 한 세트로 칠 정도로 사우나에서 냉탕은 중요한 요소이다. 교토 목욕탕의 대부분은 지하수를 이용해서 냉탕의 수질이 매우 좋다. 사우나로 땀을 쫙 뺀 후에 물 좋은 냉탕에 들어가서 느끼는 그 상쾌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렇게 교토가 목욕탕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를 하야시의 글을 통해 읽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교토는 목욕탕의 성지로 불리는 게 마땅하다. 그리고 나 역시 교토의 목욕탕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에게 목욕탕의 성지인 교토의 목욕문화와 개성 넘치는 목욕탕을 소개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겨난다. 내가 지금 이렇게 교토의 목욕탕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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