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토스머프 Sep 10. 2021

일본 목욕탕은 절집에서 시작되었다.

사찰의 욕실

불교의 전래와 입욕 시설 그리고 무시부로


일본에서 몸을 씻기 위해 별도의 입욕 전용시설을 지은 것은 불교의 전래와 관련이 있다. 

불교에서 목욕은 승려의 신체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대단히 중요한 종교행위다. 

불교 경전에 온실경溫室經이라는 것까지 있을 정도이다. 약 1300 여자로 이루어진 짧은 경전이지만 목욕에 대한 부처의 일화와 목욕의 공덕에 대해 쓰여 있다. 목욕의 법도로 일곱 가지 물건을 이용하여 일곱 가지의 병을 물리치면 일곱 가지의 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온실경에는 그 일곱 가지의 물건, 일곱 가지의 병, 일곱 가지의 복에 대한 기술도 있지만 어려워서 패스...


이처럼 목욕이 중요하니 옛날부터 사찰에는 온실温室, 욕당浴堂, 욕실浴室이라고 불리는 입욕 시설이 있었고, 중요하게 여겨졌다.


입욕 시설이 있는 사찰들은 포교를 위해 또는 자선사업으로 병든 사람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목욕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를 세요쿠施浴라고 하는데, 8세기에 코-묘-황후光明皇后가 나라奈良에 있는 홋케지法華寺에서 1000여 명에게 세요쿠를 시켜주었다는 일화도 있다. 

(홋케지의 욕실은 1766년에 재건되었는데, 내가 아는 한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찰의 욕실이다. 홋케지 신도를 대상으로 1년에 딱 한 번 6월에 체험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사찰에서 하는 목욕은 무시부로蒸し風呂방식이었다. 

약초를 넣은 물을 끓여, 거기서 나오는 증기를 쐬는 목욕 방식으로 오늘날의 사우나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어로 목욕은 후로風呂라고 한다. 

목욕沐浴이라는 단어도 있기는 하나, 몸을 씻는 행위를 말할 때는 주로 후로라는 단어를 쓴다.  이는 무시부로蒸し風呂에 그 기원이 있다고 한다. 


칠당가람 중 하나인 욕실

     

일본 사찰의 가람배치는 종파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선종 계열에서는

칠당가람이라고 해서 7개의 주요 건물이 있다.

절에 따라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절 입구에 있는 산문(삼문이라고도 한다), 부처님을 모신 불전(금당)·

설법을 하는 법당(핫토우라고 발음)

부엌 등 생활과 관련되는 구리庫裡

승당·욕실·토-스東司(화장실)로 구성된다.


수많은 전란을 거치며 사찰 건물들이 소실되어 칠당가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사찰은 그다지 많지 않다.

보수, 재건을 할 때 금당, 법당 등 주요 건물을 먼저 하고 욕실, 토-스 등은 후순위로 밀려서인 것 같다.

그래도 교토에는 욕실이 남아 있는 절이 꽤 있다.

그중 토-후쿠지東福寺, 쇼-코쿠지相国寺, 다이토쿠지大徳寺, 겐닌지建仁寺, 묘-신지妙心寺 의 욕실이 유명한데, 특별공개기간에 방문하면 이 절들의 욕실을 구경할 수 있다.

교토를 방문하는 목욕탕 팬이라면 한 번 찾아가 볼만은 하다. 일본 목욕탕의 원형을 볼 수 있으니까. 


교토에 거주하는 동안 위에 소개한 절들의 욕실을 다 구경해 보기는 했다. 그러나 전문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차이점이나 특징이나 이런 것들을 알 수는 없었다. 

단지 팸플릿이나 욕실 건물 앞에 있는 소개글을 통해 언제 지어졌고, 언제 재건을 했는지 이런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찰의 욕실


토-후쿠지東福寺의 욕실은 1459년에 지어진 것으로 현존하는 선종 가람 중에서는 제일 오래된 욕실이다. 목욕시설로서는 토-다이지東大寺의 오-유야大湯屋(1239년 재건) 다음으로 가장 오래된 욕실이다. 


묘-신지妙心寺에는 아케치부로明智風呂라고 불리는 욕실이 있다. 아케치는 주군 오다 노부나가를 배신한 그 아케치 미츠히데明智光秀를 말한다. 아케치는 야마자키 전투山崎の戦い에서 토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게 지고 패잔병들을 사냥하는 오치무샤가리落ち武者狩り에게 죽임을 당했다. 아케치부로는 아케치가 묘신지에 기진을 해서 또는 그가 애용해서 지어진 이름은 아니다. 아케치의 명복을 빌기 위해 1587년 그의 숙부라고 전해지는 묘-신지의 스님, 밋소우오쇼-密宗和尚가 만든 욕실이라고 전해진다. 지금의 건물은 1656년 다시 지은 것이다.


쇼-코쿠지相国寺의 욕실은 센묘-宣明라고 불리는데, 1400년경에 처음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건물은 1596년 재건된 것이다.


이전 01화 목욕탕의 성지, 교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